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가 독립과 존엄을 지켜나가기는 쉽지 않다.

사드(THAAD)배치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우리나라의 안보문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한걸음 삐끗하면 지도에서 사라지는 위험이 올 수도 있다. 16세기 말 폴란드가 그랬고 우리나라도 1910년에서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세계지도에 JAPAN으로 표기됐다.

그 뼈아픈 치욕의 역사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일부와 지도층의 개인이기주의와 안보불감증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국난에 대처하는 선진국 지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지가 더욱 빛나고 돋보이는 이유이다.

1941년 케네디는 하버드대학교 법대 재학중 육군장교 시험에서 잇따라 낙방하였다. 그러자 그는 억만장자 아버지에게 애절한 편지를 썼고 아버지는 정계와 군의 인맥을 움직여 아들을 해군에 입대할 수 있게 했다.

모두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데 이러한 국민대열에서 낙오하게 되면 장래 나라의 지도자는커녕 어떤 공직에도 갈 수 없는 것이 당시 미국의 도덕률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군에 들어가 중위로 복무하던 중 남태평양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어평생 진통제와 각성제의 힘으로 살아야 했다.

트루먼은 안경이 없으면 장님과 마찬가지인 지독한 근시였다. 그런 그가 1차 세계대전 때 포병대위로 프랑스에서 싸웠다.

시력검사표를 달달 외워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덕분이었다.

케네디와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들의 이야기는 인종전시장 같아 애국심도 없어 보이는 미국이 사실은 무서운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16년 6월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 솜 강(江)지역 전투에 25개 사단을 투입했다.

돌격명령과 함께 영국의 젊은 병사들은 40㎏가까운 군장(軍裝)을 하고 독일군 총구(銃口)를 향해 돌진했다. 돌격대의 소대․분대의 앞장을 선 것은 귀족 또는 명문 옥스퍼드大와 케임브릿지 대학출신의 젊은 소위들이었다.

전투 첫날 7만여 명의 영국군이 전사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50년대 차례로 영국총리를 지낸 애트리,이든, 맥밀런이 이 지옥과 같은 전투의 생존자들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전쟁이 끝나고 대학에 복학했으나 함께 전장에 나갔던 학우들의 3분의 1은 끝내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50세 이하 영국귀족의 20%가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으며 귀족과 명문대학 출신의 전사자 비율이 노동자 농민보다 높았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들 제임스 루스벨트는 2차 대전 때 해병 제2기습대대에서 복무 중 마퀸제도의 일본군 기지를 기습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이 작전에서 제외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인즉 만약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일본군 포로가 되거나 전사하면 일본군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전쟁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

니미츠 해군제독까지 나서 설득했지만 실패하자 루스벨트대통령에게 이를 만류하도록 건의하였다.

대통령은 해군참모총장인 킹제독에게 “내 아들은 제2기습대대의 장교다.

내 아들이 위험한 특공작전에 가지 않는다면 누가 그 작전에 가겠는가”하며 마킨제독에게 그를 특공작전에 참가시킬 것을 지시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은 모두 이런식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과는 크게 상관없었을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한국전쟁에 모두 139명의 미군장성들의 자제들이 참전하였고 그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한국전쟁 중 미군의 사망자는 3만 3,686명, 포로 및 실종 8,176명, 부상자는 9만2,134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1952년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 육군원수의 아들인 하이젠하워 소령과 제3대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클라크 대장의 아들도 포함되어 있다.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대장의 외아들 밴플리트 2세는 야간폭격기 조종사로 작전 수행 중 북한군의 대공포화에 의해 산화되었다.

워커 장군은 아들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스스로는 목숨을 잃었다.

24단장 딘 소장은 부상당한 부하에게 물을 떠다주려고 언덕 밑을 내려갔다가 적군에게 포로가 되었다.

고풍어린 하버드 대학교 교내 예배당 벽에는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하버드대학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한다.

하바드 대학 졸업생 중 17명이 6․25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것이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한사람이 나올까말까 하는 ‘미국의 희망’들을 한국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내 보낸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100년 이상 세계를 이끌어 온 선진국 지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지’실천의 본보기다.

그리고 그들 국가를 선진국으로 떠받쳐온 힘인 것이다.

그냥 일류국가가 되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수신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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