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국가가 재난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재난이 났을 때 은혜를 베푸는 것 보다 훨씬 났다”고 했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20세기 최대의 산업 재해 중 하나인 인도의 보팔 화학공장 유독가스 누출 사고(1984년 12월 2~3일 발생, 사망 2만명, 부상 12만명)는 보팔 사회를 무터뜨리고 말았다. 막대한 토양 ․ 지하수 오염은 물론 이와 관련한 법적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연간 20조원의 경제적 손실과 매일 5명 이상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1989년 10월 여수국가산단 ABS압축탱크 폭발사고로 사망 16명, 부상 17명, 4800명의 주민이 대피 했다.

2007년 5월 소록도 다리 참사로 사망 10명, 2012년 9월 구미 불화수소 누출로 사망 5명, 부상18명, 2013년 3월 여수 대림공장 폭발사고로 사망 6명, 부상 11명, 2014년 1월 우이산호 기름유출사고로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안타까운 포스겐 사고를 보고

필자는 산업안전을 담당 했던 사람으로서 지난 5월 여수 산단 어느 공장에서 발생한 포스겐(Phosgene)사고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약간의 지식만 있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겐은 1812년 영국의 화학자인 존 데이비가 일산화탄소와 염소를 햇빛에 반응시켜 최초로 만들었다.

물과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와 염화수소로 분리되고, 이 염화수소가 물에 녹으면 염산이 된다. 무색 이지만 건초 또는 설익은 옥수수 냄새가 나는 질식성 기체로 흡입하면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거나 폐 깊숙이 침투하면 폐포 점막에 출혈이 생겨 수액을 차게 해 이른바 ‘마른 익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겐은 해독제가 없다. 신선한 공기를 흡입해서 안정 시켜야 한다. 맹독성 포스겐은 1 ․ 2차 세계대전 때  화학무기로 쓰였다. 

보통 포스겐은 흡입하면 30분~48시간 까지는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폐수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

지난 5월 발생한 경우도 흡입 후 별다른 증상이 없자 퇴근 후 밤늦게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대학병원으로 후송했으나, 10여일 후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포스겐의 성질을 알았으면 흡입 즉시 신선한 공기를 흡입 했을 것이다. 
  
사람은 지식으로 살고 동물은 예지력으로 산다

2004년 12월 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 28만 여명이 사망 했다.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 코끼리는 피했는데 인간은 당했다.

현장에서 유일하게 영국 소녀 스미스양과 그 가족은 생존 했다. 스미스양이 학교에서 바다에 가면 쓰나 미가 있다는 것을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 성 대지진 때 6만9천명이 사망 했다. 지진이 일어나기 3일전부터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이동하면서 도로를 뒤덮었다. 주민들은 “자연 재해가 닥칠 전조”로 불안해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꺼비 번식기의 정상적인 이동”

이라고 무시 했다.

안전은 최고의 투자다

보팔 화학공장 누출 사고도 안전교육 소홀에서 발생했다. 티끌 만한 부주의가 태산 같은 재앙이 된 것이다.

경영진은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관리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전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듀폰 창업주는 211년 전 창업 직후 공장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공장 내에 가족이 살 집을 지었다. 최고경영자가 안전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미국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208건의 황화수소 누출사고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안전이 생활화 된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기업 내 안전부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를 육성 배치 해서 전 직원을 안전요원화 해야 한다.

특히 화학물질과 화학반응을 다루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만이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인이 안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고를 경험하지 못한 근로자는 안전교육을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회사 실정에 맞는 실효성 있는 안전시스템을 제공하고, 근로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안전문화를 완성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막대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 장래 이익창출 행위다. 안전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안전한 내일을 보장 받는다.

여수신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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