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살았다는 베르겐은 중세 흔적이 남아있어 영화의 모티브가 됐던 곳으로 노르웨이의 제 2의 도시이다.

유럽에서 가장 비가 많이 와 일 년에 200일이 비오는 날이라는 베르겐은 여름이면 전 세계 여행자가 몰려든다. 필자 또한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7일까지 8박 9일의 일정으로 교육, 복지, 환경, 관광 등 선진국 주요 정책 현안 벤치마킹을 위한 여수시의회 공무 국외연수 중 베르겐의 여름 끝자락을 잡고 다녀왔다.

우리는 여수와 비슷한 인구 27만의 도시 베르겐의 관광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이번 연수는 시민들과 관광객 속에서 더 가깝게 체험하기위해 버스를 렌트하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노르웨이 왕국의 수도였던 베르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목조 건물과 함께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칠해진 목조 건물들이 한편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한자동맹시대의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지금은 다양한 기념품과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는데, 주변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실물 크기의 건물 현수막을 걸어 놓고 공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궤도 케이블카 푸리쿨라를 타고 베르겐 시가지가 한 눈에 펼쳐 보인다는 폴뢰엔 전망대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정상에 올라갈수록 비가 쏟아져 자욱한 안개 속에 갇히고 말았다. 다음 날 다시 오르기로 하고 100년 전에 문을 열었던 당시의 사진으로 홍보하고 있는 산 정상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내려왔다.

항구를 중심으로 펼쳐진 어시장에는 베르겐의 대표 생선인 대구를 비롯해 연어, 고래고기, 새우 등 푸짐한 해산물을 싼 값에 먹을 수 있었고, 한국말을 하는 상인들 덕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가 살던 집과 음악당, 박물관이 있는 트롤하우겐을 방문했다. 때마침 제15회 그리그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려 베르겐의 경관을 이용해 만든 작고 아담한 음악당에 입장해 멋진 연주를 감상했다. 

평소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유료로 런치 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음악 애호가이든 아니든, 그리그를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베르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나 들르는 명소라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 한아름씨가 우승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 기뻤다.

베르겐에는 호수 둘레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4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미술관이 있다. 노르웨이의 대표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과  피카소와 로댕, 클레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폴뢰엔에 다시 올랐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과 많은 요트와 어선들, 파란 바다와 언덕위의 빨간색 지붕의 집들이 그림같았다.

갑자기 석유가 발견되어 많은 근로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급하게 지은 아파트들이 도시의 경관을 해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그 주변에 건물들을 건축했다고 한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베르겐의 전설 속에 살았다는 갖가지 모습의 트롤과 마녀로 조성해 놓은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이곳은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2001년 유네스코로부터 ‘베르겐 한센병 기록물’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받은 한때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한센병 요양소와 우리의 로컬푸드 축제와 유사한 마켓페스티발을 둘러보았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는 곳이었는데도 이 지역의 전통 생산물들과 음식을 맛보고 사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주요박물관등을 무료로 입장하거나 할인받고 버스를 무료로 24시간 또는 48시간 이용하는 베르겐 카드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베르겐은 그 도시의 자연과 문화 유산들을 삶 속에서 가꾸고 보존하는 도시였다. 그들의 역사와 예술을 들려주는 도시였다. 관광객이 넘쳐나면서도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베르겐은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는 도시였다.  시민의 풍요로운 삶 속에 관광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아닌가!

관광객 1300만의 여수, 단순한 즐길 거리, 볼거리를 관광하고 돌아가는 관광객의 양적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여수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늘 새로운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삶이 축적되는 풍요로운 도시였으면 한다.

관광과 문화의 공간이 지역민의 삶의 터이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된다면, 관광객이 머무는 여수, 시민이 행복한 여수가 될 것이다. 베르겐을 관광하면서 계속해서 여수의 관광 아이템들이 겹쳐 떠오르고 마음이 바빠진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여수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기대감이 아닐까 한다.

여수신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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