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시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의회가 본분을 망각한 채 후반기 의장자리 등 당파이익만을 위한 이전투구만을 하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다시피 이전투구의 사전적 의미는 ‘진탕에서 싸우는 개싸움 혹은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사납게 하는 싸움을 빗대 하는 말이다’ 멱살잡이, 여성의원 성추행, 막말, 의장단상 점거로 의사진행 방해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수시의회의 모습이 꼭 그 꼴이라는 뜻이다.

물론 기초의원들의 부패와 자질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 여수시의회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야심찬 목표와 구호 아래 1991년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하여 2006년 유급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겸직을 허용하는 바람에 의원직을 악용해 자신의 사업이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관광성 외유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여수시의회도 그동안 비리에 연루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받고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기 끝까지 버티거나, 의원 신분과 직책을 유지하면서 세비는 챙기고 의장선거와 시의 주요 정책결정에 관한 투표와 의결권 행사를 해온 사례도 비일비재해 왔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우리시는 기초의원들이 공무원에게 상전처럼 고압적으로 군림하고 일과 후 사석이나 술집까지 불러내 모욕주고, 자기 말 듣지 않는다고 뺨까지 때려 물의를 빚은 적도 있는 등 기초의원들이 안하무인의 지방권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초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이상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남 의령군 의원들이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피의 각서’까지 주고받으면서 담합한 사실에서 보듯이 기초의회 의장선거가 당파나 정파별로 나눠먹기가 된지 오래이다.

이와 같이 의장선거가 금품이 난무하는 복마전이 된 것은 기초의회가 가진 권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의회는 해당 시군구의 예산심의권과 막대한 이권이 걸린 지역개발사업 등과 관련한 조례제정권을 갖고 있어 그 권한과 힘이 막강하다.

또 의장은 자치단체의 규모에 따라 액수차이가 있다하더라도 통상 200~30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매달 받고, 관용차량도 배정받으며, 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단체장 못지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단체장(시장, 군수)에 준하는 전용사무실과 비서진도 지원받는다.

이런 대우를 받다보니 의장직 자체가 직무수행 능력과는 무관하게 각 정파별 최대이권으로 전락된 것이다.

이와 같이 기초의회가 본래 도입취지와는 거꾸로 가자 정부에서도 2014년 12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까지 설치하여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없애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되었고, 그 결과 지방자치 제도의 퇴행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여수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표 매수의혹’과 관련해서도 그 문제제기 방식과 결과를 보면 당파와 계파 이익을 둘러 싼 이전투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그 이유는 현재 수사 중이고 아직 공소제기 조차 되지 않은 사안을 두고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며 의장석을 점거하여 몸싸움을 하고 의원 상호간에 막말과 고성, 멱살잡이로 의사진행 방해를 하며, 의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적절한 문제제기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의 대의기구인 의회의 수장인 의장선거 과정에 ‘표 매수의혹’ 등 부정의혹이 있고 이해당사자들의 고소・ 고발이 있었다면 의회의 권위와 시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당국에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촉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의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동료의원들이 혐의와 의혹내용을 기정사실화하여 범죄자로 몰며,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막고 막장추태를 보인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수사대상인 당사자에게도 심각한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범법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또한 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구이지 특정세력만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나 사회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정당이나 정파의 이전투구 장소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형사피고인의 무죄 추정)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확정이 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례(90.11.19 90헌가판결48) 역시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우리 헌법은 국민 누구에게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회는  책임 있는 시민의 대표기구인 만큼 ‘아니면 말고 식’ 의혹제기를 해서는 안 되며 위상에 걸맞고 법치주의에 합당한 성숙한 대응과 문제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여수시의회는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의회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당파와 진영 논리에 휩싸인 이전투구의 장이 아닌 소통과 리더쉽을 갖춘 명실상부한 시민의 대표기구로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 여수시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고 시민들의 삶 또한 장기불황 등으로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도 시민들이 만족할 정도로 열정을 갖고 일하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는 여론이 많다. 그래서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는 시의원들이 더욱 아쉽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는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과 시의원, 그리고 공직자들이 열정을 갖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공직기풍이 서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시의원님들! 대접받고 있는 절반만이라도 좋으니 쌈질 그만하고 일 좀 열심히 해 주십시오!

데스크  yeosu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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