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소장(전 순천시민의신문 대표)은 국내 최초 한센인회복자 정착촌인 여수 도성마을의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를 소재로 소설 '라일락'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11월 5일(토) 저녁 여수 예울마루에서 있었던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제1회 정기연주회는 기대 이상의 감동이었다.

이날의 연주회는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는 물론, 정작 연주를 하는 아이들 모두에게도 안내장에 적힌 슬로건처럼 마음을 깨우는 소리였으며, 희망을 노래하였다.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보다는 청소년에, 청소년보다는 애양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성마을이 주는 특수성이 그러하며, 도성마을에 사는 청소년이라는 차별성이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관객들은 애양보다는 청소년에, 청소년보다는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가지고 박수를 치며 호응하고 즐거워했다.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소속의 어른들의 보조와 아이들의 어우러짐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그것은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과도 흡사하였다. 그러니 창단 당시 주목을 받았던 ‘희망의 선율로 편견을 깨다’라는 문구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다채로운 구성으로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이날 연주회 가운데 단연 돋보인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합창 ‘바람의 빛깔’이었다. 영화 포카혼타스의 주제곡이나 마찬가지인 이 노래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하는 대목에서 절정을 보였으며, 배경화면에 창단 이후 그 동안의 준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관객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이 날 지휘를 맡은 박상희 지휘자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시작한 오케스트라가 첫 걸음마를 떼게 됐다”고 하는 말에서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의 출발점을 알 수 있으며, “특별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지만 보통 속에서 특별을 찾는다면 그것이 이상이요 꿈이 아닐까 싶다”는 박지성 이사장의 말에서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언제까지나 오케스트라보다는 청소년에, 청소년보다는 애양에 방점이 찍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애양이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청소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케스트라 자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여야 한다. 오히려 대도시의 여건이 좋은 아이들보다 세 배 네 배 더 연습을 해야한다.

오케스트라 창단에서 영감을 얻어 쓴 필자의 소설 <라일락>을 영화화하기 위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인 양영철 감독이 이날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양 감독 역시 아이들의 연주와 합창은 물론 다채로운 구성에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이 날의 감동이 양 감독이 만들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지기를 기대해본다.

필자의 소설 마지막에는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가 청와대와 로마교황청에서 초청공연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에서처럼 (정권이 바뀐 뒤) 청와대 초청공연도 하고 로마 교황청에서도 공연을 하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연주회를 보고 나서는데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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