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동 '커피에 미치다' 주인장 박상희 씨가 자신의 샵에서 블랜딩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도심 내 로스터리 카페 성행…기존 프랜차이즈 카페와 차별화
기호식품도 ‘핸드메이드’ 시대…나만의 커피 추구 트렌드 확산

술에는 수제맥주, 칵테일이 있다면 커피에는 블랜딩 커피가 있다.

내 입맛에 맞고 나만의 맛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트렌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 국민의 일등 기호식품인 커피도 나만의 맛을 추구하려는 세태가 반영되고 있다.

로스터리 카페. 직접 커피를 로스팅(볶는 과정)한 커피를 판매하는 샾인데 과거 매니아층에만 국한되었던 곳이 이제는 대중화되면서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샵마다 각각 사용하는 재료나 로스팅, 추출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커피 맛과 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획일화 된 맛을 탈피해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위 ‘핸드메이드’를 선호하는 족(族)들이 크게 늘면서 커피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여수 신기동 ‘커피에 미치다’도 이 지역에서 잘 알려진 로스터리카페다.

주인장 박선희(32) 씨는 지난 9년간 커피에 열정을 쏟았다. 커피 맛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그는 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커피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교 때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 우연히 맛보게 된 핸드드립 커피에 빠져 삶의 변곡점을 맞이 했다.

그의 열정은 졸업 후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걷어차고 바리스타로의 길을 걷게 했다.

“커피의 매력은 무어랄까 맛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이 무한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커피를 배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유명 로스터들을 만나 직접 맛보고, 로스팅 방법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로스터는 좋은 생두를 고를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커피는 농작물이니까요. 공장 제품처럼 일관될 순 없지요. 좋은 원두를 찾는 것이 바리스타의 몫이랍니다”

‘커피에 미치다’에서는 콜롬비아 스프리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인도네시아 만델린 등 최상 등급의 커피 원두만을 취급하고 있다.

배전도(콩을 볶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수시로 변하는 커피에서 최적의 맛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는 강한 로스팅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약한 맛을 선호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강하게 볶으면 향이 사라지고 신맛이 떨어지는데 중강 로스팅을 하면 신맛과 쓴맛, 단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바디감과 풍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어느때든 손님이 예약만 하면 원하는 원두와 로스팅 방법을 선택해 제조할 수 있다.

케냐AA의 경우 로스팅의 강약에 따라 초콜릿의 달콤함과 풍부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예가체프의 경우 꽃향기와 신맛의 밸런스가 뛰어나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케냐, 인도네시아 만델린, 과테말라 안티구아 등은 풍미가 좋아 남성들이 주로 선호한다고 한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엄선한 재료의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리미엄급 생두를 사용하고, 3~4일마다 로스팅을 한다. 4일 지난 원두는 폐기하는 것이 원칙.

가뭄, 병충해로 현지에서 생산되는 생두의 가격이 불안정 하다보니 좋은 원두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서 발품은 필수다.

물론 가격 경쟁력 면에서 대형 체인점에 비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한결같은 맛을 고수하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샵 곳곳에 배여있다.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려는 수강생들도 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핸드드립 교육 과정에 보태 내년부터는 커핑(원두테스트) 교육 등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커피에 대한 공부는 잠시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듯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구하는 커피맛이 시대가 변할수록 달라지듯이 커피를 만드는 기술도 계속해서 바뀌고 트렌드도 변화하게 되는 거지요.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업이 잘 된 다해도 2호점을 낼 생각은 없어요. 블랜딩이 조금만 변해도 고객들은 민감하게 알아차리거든요. 까만 커피로 채워진 잔속은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바리스타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습니다. 최상의 품질을 내놓는 것이야 말로 손님들과 지켜야할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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