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트럼프 미국대통령당선자의 출사표로 불리는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책을 구해 읽은 적이 있는데 단순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거침없는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평범한 미국시민이라면 트럼프를 지지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될 줄은 몰랐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한반도 정책을 두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알려진 대로 트럼프의 외교정책 두 축은 신(新) 고립주의와 미국이익 최우선주의다.  다시 말해 미국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는 국제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보다는 부담이 된다면 피하겠다는 것이다.

둘 다 우리 외교와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국가차원의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것이 이유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힘만으로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가!

다수의 국민들은  이 점을 궁금해 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이후 대두될 우리의 핵심 국방안보 이슈로 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０.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０. 전시작전권 조기이양  ０. 핵무장 용인여부 등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으로 전체 미군주둔 비용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트럼프는 대선유세 당시 한미동맹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계속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2만8000명의 주둔은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용이며 지금의 한국분담금이 푼돈밖에 안되니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된 만큼 취임 후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동안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임시 배치와 출동비용은 모두 미국 측에서 부담해 왔지만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도 일정부문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B-2스텔스 폭격기 2대가 미국본토에서 한반도로 출격하는데 60여억 원이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분담금 인상문제와 추가비용 요구는 돈 문제인 만큼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는다. 트럼프의 기본정책이나 미국여론의 흐름이 신고립주의와 비(非)개입주의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줄이려 할 것도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장과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목전에 둔 우리는 한미동맹을 맹신하며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왔을 뿐 이렇다 할 대응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다.

북 핵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변화 가능성에 대해 비관론적인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취임 후 북 핵 시설을 선제공격하거나 갑자기 정반대로 북한과 단독으로 핵동결 협상을 할 가능성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과연 우리사회와 군은 이런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있을까?

우선 우리 국민은 국방비 증액에는 대체로 매우 인색한 편이다. 오는 2020년대 중반쯤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이양시기를 트럼프 임기 내로 앞당겨진다면 지금의 우리 군이 감당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가속화 등 비대칭 무기의 위협 속에 설상가상으로 병력감축 등 우리 내부도전에도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은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누가 지켜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방을 사실상 미국에 맡기고 우리끼리 싸우는데 더 열중해 왔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나라 지키는 일]은 남의 일처럼 여기는 풍조까지 만연해 있는 실정이었다.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 장비인 샤드배치까지 반대해온 지경 아니었는가!

어느 날 혈맹(血盟)이라고 믿고 의지해 왔던 미국이 갑자기 [다른 미국]으로 변할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모든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이다.

나아가 여야 정치권과 국가경영에 책임 있는 모든 사회각계의 지도자들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국가적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혼군(昏君)으로 전락하여 국민의 신뢰와 통치력을 잃어 식물상태인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한다.

국방은 나라의 최후 보루인데 나라의 현실이 참담하고 장래는 더욱 걱정되지 않은가.

데스크  yeosu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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