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다. 60갑자 중에서 34번째에 해당한다. 닭은 새벽을 깨우고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지금, 새벽을 열고 희망을 의미하는 닭의 해가 시작된 것이 새삼 반갑다.

정유년의 정(丁)은 적(赤) 즉 붉다는 의미와 같으며, ‘붉다는 밝다, 총명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정유년 새해에는 우리 국민들이 총명한 선택을 하여 희망이 넘치는 새 시대를 열어갔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 국민은 이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와 혼돈을 겪으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격을 되찾고 국정을 정상화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이 국가적 혼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혼란을 더 부추기지 말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체제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그 법적 권한과 권위가 주어진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라 더 이상 흔들지 말고 합심 협력하여 이 난국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탄핵 후 정치일정과 관련하여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개헌하게 하자’는 주장과 ‘먼저 개헌을 하여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앞으로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이지만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현행 헌법으로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면, 작금의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직간접적으로 가져오게 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것과 같아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은 새로 선출될 대통령후보들이 선거 때 공약을 한다해도 대통령에 당선되어 권력을 잡은 뒤에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에 맛을 들여 생각이 바뀐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법치주의의 위기 즉 헌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없었다해도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이다.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안보 모든 면에서 한 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超)불확실성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최근 각급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지금의 국가적 난국을 극복하고 위대한 대한민국(Great Korea)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먼저 한 후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에 필자 또한 동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보다 왜 개헌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는 87년 이후 현행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마다 측근비리로 말년을 불명예스럽게 마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는 사람의 문제이기보다는 제도의 문제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7대 국회 이후 20대 국회까지 개헌논의가 있어왔지만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둘째, 현재 중앙정부가 기능부전(不全)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경쟁력 특히 공공부문 경쟁력이 하락하여 정부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권력과 재벌에 약한 중앙정부가 국가기관을 사유화해 갑질을 자행하면서 관(官)피아가 득세하여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 대물림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이 추락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민간부문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어 청년일자리마저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국회 역시 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의회와 입법권을 나누지 않고 독점하고 있어 지방분권은 구호일 뿐 지방의회까지 국회의원들의 하부조직으로 전락시켜 지방자치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4.13총선에서 양당제의 극단적 대립과 이전투구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다수당과 소수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치하라고 3당체제를 만들어 주었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각 정당들은 이 뜻마저 외면하면서 국민들을 배신해 왔다.

‘이것이 나라이냐’며 타오르고 있는 작금의 촛불민심의 본질은 국가다운 국가, 부끄럽지 않은 국가로 개조하자는 국민의 함성인 것이다. 이제라도 국회가 당리당략이나 정파이해에 억매이지 말고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국민의 애국심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가의 기틀을 바로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일방적 통치시대 특히 승자독식, 패자 절망의 시대, 비타협 무한투쟁의 시대는 끝내자고 한다. 그리하여 지역, 계층, 세대, 이념, 노사, 남녀 등 우리의 많은 갈등을 극복하고 치유하여 새롭고 희망찬 사회로 발전해 가자는 것이다.

다시한번 개헌을 먼저 한 후 새로운 제도와 틀 속에서 대통령을 뽑아 희망찬 정유년 새해에는 ‘헬조선’이 아니라 ‘살고 싶은 나라’로 ‘안 되는 나라’에서 ‘되는 나라’라는 희망의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데스크  yeosu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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