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지배하는 사회를 “힘의 사회”, 법과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를 “법치 사회”, 도덕과 윤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질서 사회”라고 정의 했다.

김 교수는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회를 질서 사회라면서 탄핵정국인 대한민국은 겨우 법치사회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김 교수가 1962년 스위스에 갔을 때 전국에 한 곳밖에 없는 교도소에 죄수가 한 명도 없을 땐 교도소 문을 열고 흰 깃발을 올린다는데 1년에 서너 달은 그렇다고 한다. 무질서는 가고 도덕과 윤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날 밤 여수시민은 열광했다

춘추전국시대 묵자는 왕궁에서 벌이는 음악 공연은 낭비이므로 예술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궁에서 음악회를 열려면 조정은 수많은 악기를 제작하여 대규모 악인(樂人)을 양성해야 하고, 악인은 연습하느라 생산 활동을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순자는 예술 없는 삶이 얼마나 무료하고 적막하냐면서 묵자의 주장을 “지지유고, 언지성리(持之有故,言之成理:주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사안을 주장하려면 반드시 이치를 갖춰야 한다)”의 관점에서 조망했다.

“예술 활동은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고, 생산현장의 노동요처럼 노동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면서 묵자의 주장은 근거와 이치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월8일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여수시립합창단 제70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그날 밤 연주회는 새로 취임한 이영만 상임지휘자를 환영하고 한 해를 보내는 송년음악회를 겸한 자리였다.

공연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역대급 성악가 소프라노 박소은, 메조소프라노 전진, 테너 김성진, 바리톤 박정민 등이 특별출연 했으며, 순천시립합창단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을 했다.

“오! 벗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오, 더욱 즐겁고 환희에 넘치는 노래를 부릅시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환희의 길이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9번, OP, 125 “합창” 4악장에서다.

베토벤의 30여년에 걸쳐 만든 “합창”(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1824년 5월 오스트리아 빈 케른트너토르극장에서 이 곡이 초연됐을 때 청중들은 수차례 기립 박수로 열광했다.

작년 12월 8일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할 때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와 함성으로 극장 안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지휘자 한 사람 바꿔졌다고 저렇게 수준 높은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더 없이 행복했다.

새로 부임한 이영만 상임지휘자의 취임을 축하 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한 단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예울 마루를 기증 받은 것은 잘한 일이다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건축, 2017년 1월 2일 여수시에 기증했다.

연간 운영·유지비는 약 50~60억 원으로 여수시가 38%, GS칼텍스가 62%를 분담한다. 한 도시를 평가하는 척도는 문화예술 수준을 보면 안다고 했다.

여수시가 예울마루를 기증 받은 것은 잘한 일이다. 창조정신이 끝없이 샘솟는 예울마루는 여수를 먹여 살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만들자

앙드레 말로는 “문화예술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 안의 위대한 본성을 일깨워 준다”고 했다.

문화예술은 불가사의한 창의력을 발휘하여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는 뜻이다.

풍성한 삶을 위해서는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만들려면 첫째, 모든 시민이 지혜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강국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이다.

이들은 국민의 80% 이상이 100년 이상 독서를 한 나라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어야 풍부한 창조적 아이디어로 도시가 발전한다.

둘째, 시민이 행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해야 한다.

뜻과 말과 마음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셋째, 질서 있고 깨끗하고 예의바르다는 소식을 외부로부터 들어야 한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깨끗하고, 질서 있고, 부지런 하고, 검소하고, 예의바르다고…

넷째,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박물관이다. 강원도 영월군은 인구가 4만 명이지만 국·공 ·사립 박물관이 24개나 있다. 연간 방문객이 영월인구의 열 배가 넘는다.

군단위 자치단체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30만 도시에 박물관과 미술관 하나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화예술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여수시는 예울마루를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자연사해양박물관과 미술관 유치 등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에 진력(盡力)을 다 하기 바란다.

로댕을 만난 돌덩이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무지한 시민을 만난 바위는 낙서장이 된다는 말이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민을 만나느냐가 그 도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데스크  yeosu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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