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걸 숨겨야지”

여수대(총장 김하준)가 신입생 정시 모집 결과를 숨기고 있다.

여수대 한병세 교무처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험생 지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기로 대학 방침을 정했다”며 자료 공개를 완강히 거부했다.

“정보공개의 대상도 되지 않을 정도의 기초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게 말이 되느냐.

사립대학도 공개하는 자료를 국립대학이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학교의 방침이 그렇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는 요구만 계속했다.

여수대가 이처럼 기초적인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 속사정은 뭘까.

여수대는 지난 15일 마감한 정시모집 결과 전체 18개 모집단위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9개 단위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전체 평균 지원율도 1.5대 1에 그쳤다. 이는 수험생들의 복수지원에 따른 추가 이탈을 감안했을 때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학과별 평균 지원율인 2.5대 1수준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여기에다 여수대에 합격을 했다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대거 등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2월 등록 마감일을 후에는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과에서 추가로 미달 사태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미달로 속앓이를 하는 대학 측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속앓이는 속앓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국립대학의 운영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이미 터진 미달사태 아닌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겠는가.

학생 미달은 학생자원의 질적 하락, 대학의 폐쇄위기, 교수인력의 실직 등 연쇄적인 위기상황으로 번지며 대학의 쇄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또한 대학의 쇄퇴는 지역의 쇄퇴로 이어질 것이다.

지방대학의 미달 사태는 비단 여수대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기 까지 대학측이 신입생 모집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지역사회가 대학의 성장을 위해 함께 뛸 수 있도록 대학 측이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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