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일정이었다면 돌아오는 17년 12월 20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되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검토 현황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12월20일 대선은 이미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가 혼돈 속에 처한 지금,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 시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으며,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른’ 지도자를 원하고 있기에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인 수준이다. 분위기만은 이미 대선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 후보들에 대한 관심은 비단 후보자 개인에 그치지 않고 그 지인들에게까지 쏠린다. 특히 후보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 대한 내용은 선거에 적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족들의 영향으로 울고 또 웃었던 후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까지 이른 후보가 있는가 하면, 다 잡았던 승리를 가족간의 잡음으로 날려버린 이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美 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가 전자에 해당하겠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의 승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의 불만을 반영한 변칙적 전략이 먹혀든 것이 주효했다 보지만, 가족들의 지원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힘이 되었다고 본다.

복잡한 트럼프의 가족 관계에도 불구하고 혈족들은 선거에 힘을 모았다. 특히 장녀인 이반카 트럼프의 눈부신 활약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표를 모은 원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 여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힐러리에 맞서 42% 이상의 여성표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이반카는 트럼프 선거캠프의 얼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반면, 지난 14년 6월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가족이 선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인 모 의원의 아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이 미개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모 변호사의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아버지에 대한 비난은 후보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켰다. 결국 두 후보는 선거에서 모두 낙선하였고, 조롱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권자들은 왜 후보자의 가족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방카와 같이 그 미모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모 변호사의 딸처럼 가십성이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후보의 가족은 그 후보를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후보가 내세우는 전략과 정책은 포장될 수도 있고 진심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가족들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없는 살아있는 증거가 된다.

때문에 가족들은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후보의 진정성과 건전함을 가족들을 통해 읽고자 하는 유권자의 심리가 반영되는 것이다.

그 결과 정치인의 가족들은 덩달아 공인과 비슷한 책임을 강요받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큰 의무와 기대를 등에 진 정치인의 가족으로서 숙명과 같은 것이다.

필자도 두 번의 선거 기간 동안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생업마저도 뒤로 미루고 남편의,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선거를 위해 노력해준 우리 가족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전폭적인 가족들의 지원 하에 필자는 2010년 교육의원으로서 여수의 교육 경쟁력 향상에 몸바쳐 일할 기회를 얻었고, 2014년에는 도의원으로서 내 고향 여수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거에는 2등이 없다. 때문에 아름다운 패배 따위는 없다고 하지만 후보자들의 뒤에서 묵묵히 후보를 지원하고 있을 가족들의 희생에는 등수를 매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4월 12일에는 우리 지역의 시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 공약을 곱씹어 우리 지역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데스크  yeosu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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