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산 해안가에 들어서고 있는 펜션. 천혜 자연환경이 마구잡이로 훼손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관광객 1300만 방문으로 여수가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 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돌산도에 각종 숙박 관광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난개발이 심각한 상황이다.

천혜 자연환경의 훼손이 불가피하고 부동산 광풍에 따른 지가 및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대처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건축 인·허가 건수를 집계한 결과 2014년 1331건, 2015년 1431건, 2016년 1543건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100건 이상 증가한 수치로, 관광도시로 변모하면서 호텔과 펜션 등 대단위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돌산지역의 경우 지난해 발급된 건축허가는 총 129건으로 2015년 86건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는 숙박시설과 소매점, 음식점 등 1·2종 생활 근린시설로 조사됐다.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해 펜션업을 할 수 있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포함하면 거의 90% 이상이 숙박시설과 상업용 시설이다.

이 같은 통계 수치를 반영하듯 실제 돌산 지역에는 ‘눈만 뜨면’ 새로운 호텔과 펜션 등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굴양식장이었던 경치 좋은 해안가나 전망이 뛰어난 언덕은 자취를 감추고 숙박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존 가치가 높은 괴암 절벽 등도 깎여 나가고 있다.

그렇게 조성된 부지에는 수영장과 스파, 와인바, 바비큐장 등을 갖춘 최고급 펜션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성수기 5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최고급 펜션도 몇 달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 힘들 만큼 성수를 이루고 있다. 성수기 주말 100만원을 호가하는 펜션도 선을 보이고 있다.

주중에 80% 정도, 주말에는 100%의 예약률을 보일 만큼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돌산 지역에서는 향일암을 제외하곤 펜션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마구잡이로 들어선 펜션으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돌산 개발붐은 박람회 성공 개최 이후 여수밤바다가 붐을 일으키면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주목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실제 돌산과 경도 인근의 봉산동, 남산동 일대는 땅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여수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땅값이 크게 뛰었다.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큰 몫을 했지만 최근 미래에셋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복합리조트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경도와 돌산도를 연결하는 1.9㎞의 연륙교 건립 사업도 이러한 광풍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 돌산 해안가에 들어서고 있는 펜션. 천혜 자연환경이 마구잡이로 훼손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숙박시설도 과잉공급이 되다 보니 적자생존 형국이 되고 있다. 펜션이 대형화 기업화를 이루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또렷해지고 있다.

수년 전 지어져 시설이 낙후하거나 영세한 펜션이나 모텔의 경우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으며, 실제 매물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최고급 시설을 갖춘 펜션은 지난 2년 새 10여 곳이 들어섰고, 건축중인 곳도 10여개에 이르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돌산 지역 주민 김 모씨는 “오랫동안 오지 낙후 지역으로 분류됐던 돌산이 근래 기반시설이 좋아진데 대해서는 주민 입장에서 반색할 일이지만 개발열풍에 따른 난개발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면서 "행정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역에서도 난개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여수참여연대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돌산에 최근 숙박시설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며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정책수립을 주문했다.

여수참여연대는 “관광시설의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관광객들은 여수의 자연환경과 전통, 문화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외지 투자자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땅값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여수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시가 개발과 보존의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돌산지역의 전통을 지키고, 지역민들과 소상인들이 고향을 등지고 타 지역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펴 달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돌산지역 숙박시설의 과잉중복투자는 지가 상승과 물가상승은 물론, 지하수고갈과 쓰레기문제 등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돌산지역이 관광지화 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며 “타 지역으로 내몰리지 않는 관광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향후 개발 예정인 투자지역에도 예외 없이 상생의 원칙을 공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수참여연대 임영찬 공동대표는 “인허가 과정에서 정확한 심사와 관리감독을 통해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관광시설 도입, 공급과잉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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