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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파시스트,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드러나는 욕망의 배설물들데스크칼럼> 김현석 편집국장

파시즘은 정치적으로는 급진적, 민족주의적 이념을 갖고 있으며, 개인보다는 국가, 인종, 민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상이다. 파시즘은 자유주의, 합리주의, 개인주의를 반대하지만 동시에 공산주의의 엄격한 통제도 반대한다.

파시즘의 발생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파시즘은 파쇼의 사상을 의미하는데 파쇼는 19c 이탈리아에 존재했던 정치결사체에서 유래했다.

“그 어원은 라틴어인 ‘fasces’로, 나무막대기 묶음에 도끼날이 결합된 것을 가리킨다. 이는 고대 로마에서 권위의 상징이었다. 나무막대기는 처벌, 도끼는 처형을 의미했다. 또 이 말은 묶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결속과 단결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파쇼를 정치적 상징으로써 19c의 한 정치결사체가 이용하였고, 1914년 이전엔 여러 좌익 집단들이 이용하였으며, 1914년에 혁명적 신디칼리스트 그룹이 이용하다가, 1919년 3월 23일 무솔리니가 새로운 파시스트당을 결성하면서 국가의 절대권력과 로마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당의 상징으로 채택한 것이다.” -강준만, 인물과사상출, 부드러운 파시즘 p8. Richard Thurlow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동아세계대백과사전에서 신승권 교수는 파시즘이 대두하게 되는 일반적이고 보다 광범한 배경은 상처받은 국가적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음에도 2류 국가 대접을 받는 것, 독일의 경우 패전국으로서 전쟁의 모든 책임을 따맡아야 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는 감정이 국민들 사이에 매우 강했다는 점 등이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출현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자국의 일반 사병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행한 포악한 행동거지를 언급하면서 “국내에서는 비루한 인민이며 영내에서는 이등병이지만, 일반 바깥에 나가게 되면 황군으로서의 궁극적 가치에 이어짐으로써 무한한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된다.

시민생활에서, 그리고 군대생활에서 압박을 이양해야 할 곳을 갖지 못한 대중들이 일단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될 때, 자신에게 가해지고 있던 모든 중압으로부터 일거에 해방되려고 하는 폭발적인 충동에 쫒기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라고 말했다. -김석근 옮김. 한길사,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어떤가. 강력한 힘을 가진 파시스트 집단과 개인들이 존재하며 실제 생활속에서 그 위세를 크게 떨쳐 보이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대한민국의 파시즘은 ‘부드러운 파시즘’이라고 정의하면서 지도자 숭배, 기만과 폭력 정당화, 광신적 반공주의, 국수주의, 군사주의, 권위주의 등이 주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파시즘의 이데올로기로 영웅주의, 반동혁명, 반지식인적 성격, 군인적 인간형, 반지성주의, 가부장주의, 광신적 반공주의, 팽창적 민족주의, 인종주의 등을 지적했다. 진 교수의 저서를 보면 한국에서의 파시즘은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일상적 파시즘’인 것을 알게 된다.

세계적인 저술가 에리히 프롬도 ‘자유에서의 도피’(범우사)에서 민주주의와 파시즘간의 차이에 대해 “민주주의는 개인의 충분한 발전을 위한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인 조건들을 창조하는 하나의 제도이다.

파시즘은 어떤 명칭하에서든 개인을 외적인 목적에 종속시키고 또한 진정한 개성의 발전을 약화시키는 제도이다”고 구분 방법을 명확히 제시했다.

민주화투쟁이 한창이었던 80년대 시절 캠퍼스 광장에 집결한 대학생들은 “자, 학우들이여, 저 간악한 파쇼의 무리들을 응징하러 나갑시다! 한 줌도 안되는 저 군사독재 파시스트들에게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줍시다. 그들을 끝장내러 손에 짱돌을 들고 분연히 떨쳐 일어납시다!”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이렇게 투쟁하던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그토록 증오해마지 않았던 파시즘의 그림자가 악령처럼 스멀거렸고 타도의 대상이라 규정했던 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었던 유사한 파시스트들이 캠퍼스 이곳저곳을 활보했다.

2000년 5월 전국을 따들썩하게 했던 저 유명한 광주 술자리 사건. 민주화 투쟁에 동참했던 386세대는 이 날의 해프닝을 하나의 중대 사건으로 간주한다.

5.18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운동권 소속 국회의원들과 사회운동가 일행은 낮에는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밤에는 단란주점을 찾아 부적절한 술자리 모임을 가진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입에 담기에도 저속한 욕설과 언쟁들이 오고갔다. 참석자의 증언으로 공개된 이 날의 해프닝은 두고두고 부끄러운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민낯으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

민주화가 진행된 지금은 또 어떤가. 아직도 우리 주변엔 자신들의 생각만이 제일 우월하다고 믿으면서 상대방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이 폭압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사 파시스트들이 적지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만에 능하고 폭언에 익숙하다.

소속 직원에게 틈만 나면 “그럴려면 그만둬라. 나가라”를 예사로 내뱉는 고용주들, 지지 정당이 다르면 서슴없이 타인을 마치 지구상에서 사라져야할 대상인 것처럼 SNS에서 조롱하고 힐난하는 자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탈당 의사를 내비친 정치인에게 “그럴러면 나가라. 빨리 꺼져라!” 하면서 시중잡배에게서나 들을법한 욕설과 발음이 똑같은 ‘18원’을 그 정치인 계좌에 입금하고 곧바로 기부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떼를 쓰는 자들이 있다.

우리 언론인들도 더 깊이 자성해야 한다. 때로 우리는 “광고를 주지 않으니 저기를 죠져야 한다. 우리를 무시하니까 비판 기사로 존재감을 보여주자”는 식의 오만한 발언들을 해댄적이 있다. 이는 그야말로 파시스트적 발상과 다름아니다.

최근 대선정국을 맞아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 성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필자의 핸드폰에도 수 백명의 지인들이 각각 선호하는 정치인을 옹호하는 글이나 사진들이 시시각각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중에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지지 정치인을 재치있게 맘껏 자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상대 정치인을 지속적으로 비아냥 거리고 저주해 대는 것이다.

조롱하고 모욕주고 힐난하고 비방하는 사례들을 한데 모아보니 차마 이 지면에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감정적 배설물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파시즘적 행태를 보이는 자들을 우리는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시키는데에만 혈안이다.

실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이들 파시스트들에게서 상처받고 피해입은 개인들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 이라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도리어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파시스트들이 활개치고 있다.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이 유사 파시즘의 망령을 걷어내야 비로소 우리는 그토록 바라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을 보다 선명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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