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치, ‘우리 편의 정의’만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우리’만 생각하는 건 ‘근본주의’적 발상일 뿐데스크칼럼> 김현석 편집국장

여수시의회가 제178회 임시회를 운영 중이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상임위원별로 ‘여수시 인재육성기금조성재정출연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등 3건의 조례안과 ‘여수시 시민옴부즈만 위촉 동의안’등 4건의 동의안을 심의하며 시정 주요업무에 대한 질의 답변도 이어질 예정이다.

현 시의회 의석 분포는 국민의당 15, 민주당 9, 민중연합당 1, 무소속 1명으로 굳이 따진다면 여소야대 국회와 모양새가 같다.

여수시의회는 지난해 9월 말 의장선거 결과를 두고 양당 의원들간에 몸싸움을 벌이고 맞고소를 하는 등 험악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입장주의’와 ‘우리 편의 정의’

사실 지금 국민의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원래 같은 패밀리였다. 이들은 지난 민선 4기 오현섭 시장 재임 때 발생한 뇌물 사건과 이때부터 저지른 80억 시공무원 횡령 사건에 무한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이다.

민심을 대변하는 시의원으로서 고유의 비판과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무소속 민선5기 김충석 시장 때는 달랐다. 거의 똘똘 뭉쳐 시정을 비판하고 견제하고 감시했다.

무소속 시장을 향해서는 날카로운 시정질의와 끊임없는 비판 정신을 발휘했다. 절대 다수당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런데 민선6기 3년을 넘은 지금, ‘입장’이 달라졌다. 어제까지는 패밀리였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대상이다.

국민의당과 민주당으로 나눠 입장이 달라졌으니 말과 행동이 바뀌었다.

시의회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에 의하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일 정도로 양 당 의원들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정당의 입장을 그대로 따라간다.

시정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내 의견은 좀 다른데 정당의 입장이 이러니...”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의원이 정당이 바뀌면 소신이 바뀌는 건 당연지사.

다만, ‘우리 편만의 정의’를 내세워 정치하는 건 매우 곤란하다. 그 우리 편이 입장이 바뀌면 ‘다른 편’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옳으냐 보다 어떤 입장에 있느냐를 따지는 게 민주정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입장주의는 입장에 따라 생각 뿐만 아니라 이념마저 달라지는 걸 말한다.

브라질의 유명한 종속이론가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는 1994년 10월 대통령에 당선되자 “과거에 내가 쓴 글은 모두 잊어달라”고 외쳤다. 자신의 종속이론대로 국가를 운영했다간 망칠 게 뻔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자로서의 자신과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은 차이가 있으니 이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

흔히 ‘입장’에 대해 말할 때는 ‘분열’을 동시에 연상한다. 우리 사회에서 분열 현상은 어제 오늘 경험한 게 아니다.

해방정국에서부터 좌우 이념투쟁이 있었고 근현대에서는 동서 지역 대립, 세대 갈등 등도 풀어야 할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승자 독식주의가 문제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은 ‘승자 독식주의’에서 비롯된다. 승자 독식은 강한 연고, 정실 문화로 인해 증폭된다. 줄 한번 잘못 서면 국물도 없다. 줄서는 게 싫다고 가만히 있으면 속된 말로 그냥 ‘가마니’로만 취급 받는다. 줄선 사람들끼리 다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승자 독식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지배세력 교체’, ‘개혁’ 등을 내세우는데 대부분은 정권의 논공행상과 보은을 위한 전리품 성격을 짙게 띠게 된다.

승자 독식주의로 인해 배제된 사람들은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보수파이든 개혁파이든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승자 독식 주의는 상황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인들을 낳게 하고 이들로 인해 다시 분열하는 악순환의 행태가 반복된다.

한국일보 김동영 기자는 “자리보전과 위치상승을 위해 ‘가면’을 쓸 수 밖에 없는 경직된 상황이 성격만 바뀌었을 뿐 군사정권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무섭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태효 교수도 “한국 외교안보 현실 저간의 사정을 뻔히 꿰뚫고 있으면서도 출세해야겠다고 작정한 일부 고위관료와 여당의 정치인 경제인들이 자신의 보수적 세계관을 감추고 권력과 사회분위기에 맞춰 정책을 만들고 기부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이데올로기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그런 입장주의라는 것이다.

‘문재인의 정의’, 구현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 가운데42%인 53억원을 쓰지 않고 청년일자리를 늘리고 어려운 사람 돕는데 쓰겠다고 했다.

국회가 반대하는 조대엽 노동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꼬리자르기’ 발언으로 촉발된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국민의당에 보내 사과했다.

정치적 양보를 실행했다. 쉬운 일이 아닌 일들이기에 정가에서는 이를 문재인식 정치라고 부른다.

문재인의 정의는 그의 품성에서 나올 것이다. 그는 성찰하는 사람이다.

대선 패배를 자성한 책‘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그는 성장과 안보에 관한 담론 부족을 인정하고 보수진영보다 더 뛰어난 경제 성장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국경영을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사고의 확장성을 강조했고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그리고 더 유연한 진보, 더 유능한 진보, 더 실력있는 진보가 돼야 한다고 결의했다.

대통령이 된 그가 지금까지 펼쳐 보이고 있는 정의는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정의’로 보인다.

우리 편만의 정의 보다는 국민들의 이해와 야당의 협력을 우선시 하는 우리 모두의 정의를 향한 정치 행보로 읽힌다.

이런 문재인식 정의라면 여소야대의 정치 현실도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이미지로 승리하되 정책으로 통치하라는 정가의 불문율처럼 문 대통령의 정의가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돼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지역 정치도 얼마나 많이 변화할 것인가.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