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이 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1986년이었다. 영구의 웰스 박사가 죽은 소를 부검한 결과 중추신경계 전반에서 ‘해면양’ 현상을 발견, 1988년 이를 소 해면양 뇌병증(BSE) 또는 광우병(MCD)이라고 명명했다. 나아가 광우병은 사람에게 옮겨올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영국 정부와 학자들은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1995년 19세의 청년이 첫 인간 광우병의 희생자가 났었다. 영국은 광우병의 첫 발생지이자 최대 피해국이다. 전세계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죽거나 죽음을 앞둔 사람이 92명 가운데 88명이 영국인이다. 1996년 이래 영국은 4백50만 마리의 소를 도살했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에게 먹인 동물성 사료 때문인 것으로서 원래 양(羊)에게 나타나는 질병인 스크래피(scrapie)가 소에게 전염되어 발생한 것으로 양의 스크래피는 이미 1936년 학계에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양의 내장과 뼈를 갈아서 육골분을 동물성 단백질원으로 1972~1988년 소의 사료에 섞어 사육했는데 이때 양의 병원체가 소에게 질병을 일으킨 것이라 한다.
광우병은 에이즈에 이은 제2의 천형인가. 광우병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새로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정체불명의 제3의 병원체 변형 단백질 프리온에 의한 광우병은 이제 영국 소에 국한된 가축 전염병이 아니다. 동물 사료를 통해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변형 프리온은 국경과 종(種)을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을 위협한다. 앞으로 수년 후 국내에 수십만 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방지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을 알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 규명해야 할 것이다.
2000년 10월 영국 정부와 과학자문위원회의 광우병 대응을 2년 6개월 동안 조사한 4천쪽 짜리 ‘필립스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뼈아픈 교훈으로 정부와 과학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 상실을 꼽았다. 비밀주의와 온정주의가 과학계와 정부를 망쳤다는 것이다. 언론과 시민에게 지나친 공포를 일으킬 것을 걱정해 광우병 정보의 공개를 꺼렸고, 결과적으로 광우병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공개적인 토론의 기회를 차단했다.고 지적하면서, 또 ‘사전 예방의 원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람 건강에 대한 위협이 클 때에는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모든 합리적인 예방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광우병 자체의 기괴한 속성이다. 무엇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감염원이란 점이 특이하다. 섭취된 식품 속의 변형된 프리온이 자신의 몸 속에 있던 정상적인 프리온을 악성으로 변형시킨다. 우리 몸에는 프로터아제란 효소가 있어 원치 않는 단백질을 제거하지만 변형 프리온은 이 효소를 무력화시킨다. 프리온은 단순한 단백질이면서도 점염 된다고 한다. 인간 광우병의 검사와 진단, 그리고 퇴치법도 막막하다고 하며 병원의 잠복기간이 10~40년으로 긴데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조직을 떼어내야 한다니 보통의 소독으로 파괴되지도 않는다. 수혈과 장기이식을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광우병은 인간이 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거스른 결과로 자초한 재앙이라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발육 촉진을 목적으로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육골분 사료를 먹인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대한 조물주가 강력한 경고와 응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산야와 하천, 환경파괴를 비롯해 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거역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대해 반성하고 개과천선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순리와 원칙에 따르기 보다는 배리(背理)와 반칙(反則)을 다반사로 여기고 있는 현실과 그 폐해를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 나라 구석구석이 ‘반칙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부정과 부조리가 판치는 사회, 혼란과 위기가 반복되는 사회, 위아래 앞뒤가 막힌 사회, 결국은 순리와 원칙이 파괴된 반칙사회는 천형의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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