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세월이 갈수록 늙고 병들어 죽게 마련이고 전쟁이나 재해로 젊어서 죽지 않고 수명을 다하면 그런데로 호상이라고 자위를 하고 상주를 위로하기도 한다.
펄펄 날뛰던 영웅호걸도, 절세가인도 생로병사 앞에는 예외가 없다. 늙고 병들면 친자식들에게서도 정당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귀찮은 존재로 전락되어 버려지기도 한다.
먼 옛날 이 땅에 실존했던 고려장(高麗葬)이 슬그머니 되살아 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대목도 더러 있다. 늙으면 부모를 지게에 짊어지고 깊은 산중에 버려야 했던 고려장은 국법을 위반하고 몰래 숨겨두고 밤에 살짝 찾아가서 식사를 드리고 같이 밤을 보냈던 한 지극한 효자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던 늙은 어머니의 지혜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실상이 알려지면서 고려장이 폐지되었다는 전설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날 노인들이라고, 힘 없다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괄시받고 있는 노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으로 이 땅에 태어나 말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왔고 태평양전쟁에 휘말렸고 남북분단, 동족상잔의 비극 속을 헤쳐 나왔다. 잿더미 속에서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역전의 용사들이다. 오늘 늙은이라고 설움받고 있는 노인들은 역경을 지혜로 슬기롭게 극복했고 젊어서 힘차게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면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자식들도 교육시켰고 목숨을 걸고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나라의 보배들이다.
오늘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된 것이 모두 이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結晶)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늙어서도 건강하고 재산이 있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보다는 돈 없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이 휠씬 많고 홀로되어 외로운 분들도 많다.
나라 살림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노인들에 대한 배려와 복지는 최우선으로 다루어 예우를 극진히 하고 보살펴 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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