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노조쟁의·덕촌 야학사건으로 2회 복역한 지사
해방후 고향에 묻혀 향민복리에 힘쓴 여수애향인
<지난호에 이어서>
원정상의 장형인 원구상씨 의문사
순천경찰서에 압송되어 오자 독립운동에 관련되어 두 형제(원정상 원종상)가 한꺼번에 잡혀 왔다하여 당시 순천부내에 평판이 자자하였다고 한다.
일본 경찰의 취조를 받을 때 순천경찰서 총무과장인 일본인 경부가 원구상씨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다. 그래서 장형이 된다고 하자 “그렇게 되느냐”고 하면서 그분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었다고 술회하며, 내가 그분 밑에서 순사로 근무하였다고 과거사를 얘기했다. 그 다음부터서는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면서 차를 권하기도 하였다 한다.
원구상(元九常-東信, 1992. 4. 16~1923. 10. 11)씨는 원정상씨의 장형으로 서울 중앙고보 1회 졸업생으로 동경의 명치법률학교(명치대학의 전신) 법과를 졸업한 후 경찰계에 투신, 순천경찰서에서 경부로 근무하던 중 31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의문사를 당하였다. 사망통지를 받고 부친(원세학)이 순천에 도착하자 일본 경찰들이 “당신이 이런 똑똑한 아들을 낳았느냐”고 칭송하면서도 확신한 사인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급경으로 죽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체 확인도 정확하게 해주지 않은 채 화장을 하자고 독촉하는 것을 부친이 우겨 교통이 불편하던 그 당시 거문도까지 운구하여 거문도 등대가 설치되어 있는 후수월산의 산록에 안장하였다. 매장을 할 때도 일본경찰이 조의를 표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입회하였다. 이러한 시실을 두고 원씨 가문에서는 일본경찰에 의하여 독살당했다고 믿고 있다.
그 무렵 황옥경부 폭탄사건이 발생한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경기도 경찰부에 근무하던 황옥(黃鈺)경부가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과 내통하여 일본인 요인을 암살하고 폭동을 일으킬 목적으로 중국 상해에서 폭탄 18개 권총 5자루를 국내로 반입하려다가 사전에 비밀이 누설되어 김시현 등 동지 10여명과 함께 체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기(1923. 2. 7)와 원구상씨가 사망한 시기(1923. 10. 11)가 불과 몇 개월 차이 밖에 없음으로 가문에서 혹시나 그러한 독립운동에 관여하여 탄로나자 일경의 체포를 피하려고 자결하였거나 그게 아니면 일본경찰이 경찰간부의 관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독살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가문에 이러한 문제가 있어 장형의 의문사에 영향을 받자 원정상씨는 더욱 더 배일 감정이 거세지고 항일의식이 투철해졌다고 본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청에서 예심을 받을 때 사건을 담당했던 일본인 예심판사(성명 미상)는 일본 귀족출신으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지사형의 인물이었는데 원정상씨의 부친과는 돈독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러 두 형제를 판사실로 불러 “:너희 부친께서는 그렇게 인품이 훌륭하시고 덕망이 높은데 너희들은 왜 자꾸만 말썽을 일으키고 시끄럽게 하느냐”고 하면서 “너희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바는 아니나 너희들이 그렇게 한다고해서 독립쟁취가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갈수록 희생만 커져 가지 않느냐, 그러니 이번 복역을 하고 나오면 자중자애하여 진로를 바꿔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충고하였다고 한다. 이 예심판사는 조선의 우국지사들에 대하여 상당히 호의적이고 동정적이었는데 후일 두 형제는 이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원정상 형제 일경에 체포,
광주지법 원정상 징역 8월 선고
순천경찰서에서의 취조가 끝나자 예심을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 있어 타지방에서 활동하던 동지 6명(최풍룡-출판법위반, 임종호 조용옥 이성순 등-대정8년=1919년, 제평 제7호 위반, 원정상 원종상 김보물은 치안유지법위반 및 불경죄로, 이효동은 치안유지법위반으로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의 공판에 붙여졌다.
공판결과 소화6년(1931) 7월 22일 광주지방법원 형사부 판결(소화6년 형공합 제3호)로 원정상을 징역8월(불경죄) 원종상, 김보물은 각 징역 1년6월(치안유지법위반 및 불경죄)에 4년 집행유예. 이효동은 징역 1년(치안유지법위반)에 4년 집행유예가 언도되었다.
원심검거 대구 복심법원에 공소
이에 위의 4명에 대한 치안유지법위반, 원정상 원종상 김보물 3명에 대한 불경, 각 피고 사건에 관한 광주지방법원 언도의 유죄판결에 대한 피고인 원정상 및 원심 검사로부터 공소신청이 있어 다시 대구 복심법원에서 공판이 열렸다.
이 공판에서 채택된 증거들을 살펴보면 원정상씨의 주장이나 활동상황을 알 수 있는데 본적지에 있는 친동생에게 소화5년(1930년) 3월 10일 서신을 보내 “오늘날 조선에 있어서 혁명사업을 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너와 같은 경우에 있을 것이다. 조선청년들은 삼중 사중의 고초를 받고 있다”(증 제2호)고 하는 등….
동년 4월 3일의 서신내용인 “우리 조선동포가 기아를 참기 어려워 남북으로 떠도는 이때 5천년의 역사를 갖고 대대손손 수호해 왔던 산하 왕토를 놈들의 손에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소작권까지도 보장하는 일이 없으니 이제 가시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조선 농민 노동자가 얼마나 비절 참절한가? 이 비절함 때문에 활동하는 정의자를 놈들은 치안유지법 제령위반 등의 악법으로 철창에 묶어두고 그 귀중한 생명을 빼았었다. 그렇지만 사회의 진화는 놈들의 억압으로 저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리는 어디까지나 진리이다. 진리를 무시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몰락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는 건설되고야 만다.(증 제1호)를 비롯한 (증 제3호) (증 제5호) (증(제30호) 등에 그 주장이 잘 나타나 있고 대구 복심법원의 판결문(소화6년=1931년 형공공 제530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격렬한 투쟁심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상당히 논리 정연한 이론 전개를 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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