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한 표



[김보라 안일초등학교 6-1]







4학년 때의 일이다. 학년초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과 설레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학급의 반장을 뽑는다는 선거가 나를 흥분시켰다. 물론 나는 반장을 하고싶지 않을 뿐 아니라, 반장이 되어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출마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반장 후보를 몇 명 추천하라고 하셨다. 반 친구들은 세 명을 추천하였다. 그런 후에 무슨 일로 선생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 그때 추천된 친구 중 한 친구가 새장에서 풀려난 새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말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나를 반장으로 뽑아주면 맛있는 거 사 줄께.” 그 말을 듣자 친구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언제 사줄거냐?”

“뭘 사줄거냐?”

“얼마까지 사줄 수 있느냐?”는 등 모두 어이없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막 대답하려 할 때 마침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어요. 절대로 남에게 보여 준다거나 부정선거를 해서는 안돼요. 꼭 비밀선거를 하고 공정한 선거를 해야 돼요. 그럼 1번부터 차례로 나오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가슴이 조금 따끔했다. 혹시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말을 들으신게 아닌가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생님께서는 듣지 못하신 것 같았다. 친구들의 얼굴은 맛있는 음식 생각에 모두 싱글벙글 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런 한심스런 사람이 되고 말았다. 누구에게 투표해야할 지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다. 맛있는 거 사줄 친구를 찍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친구를 찍어야 할지.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리기를 바랬지만, 어느샌가 내가 투표할 차례가 되어 있었다. 새하얀 투표용지를 탁자 위에 놓고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빨리, 빨리 좀 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때서야 연필에 손을 댔다.

‘에라 모르겠다.’

난 그냥 맛있는 음식을 사준다던 그 친구의 이름을 적고 말았다. 그리고 표를 투표함에 넣었다. 그때부터 내가 한 짓이 후회가 되었다. 그깟 뇌물에 반년동안 우리 반을 책임질 사람을 고르다니…. 다시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대로 개표가 시작되었다.

‘제발, 제발 내가 투표한 친구가 되지 마라’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내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많은 표 차이로 음식을 사준다던 그 친구가 반장이 된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들 좋을까? 맛있는 음식 때문에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버리다니…. 나는 그때 나를 포함한 우리반 친구들이 몹시 미웠다.

어른들도 그렇다. 우리나라를 앞장서서 이끌어 나갈 국회의원들을 집안이 친하다거나 뇌물을 받고 뽑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자기마을에 좋은 것 하나 주었다고 그 사람 밀어 주다가 다른 사람이 더 좋은 것 주면 금방 돌아서서 그 사람 밀어준다. 그렇다고 나중에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은 좋아도 나중에 얼마나 손해를 볼련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이런 말과 같이 그 친구도 언제 온순한 토끼에서 무서운 야수로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뇌물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삭 빠르고 교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얼마 후 반장이 된 친구는 약속대로 음식을 사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 친구가 우리반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염려되었다. 그 친구가 반장이된지 얼마 후, 우리반 교실은 야단법석이었다. 책상에 올라간 친구, 큰소리로 얘기하는 친구, 심지어는 말다툼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말리기는 커녕 놀기만 했다. 나와 몇 명의 친구들이 나서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 그때 난 또 그 친구를 반장으로 뽑은 걸 후회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또 다시 반장을 뽑았다. 그 때에는 부정선거란 말이 없어졌다. 그때 반장으로 뽑힌 친구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았지만 성실히 반장의 임무를 해냈다.

난 그때 부정선거를 하지 않은 우리 반이 자랑스러웠다.

이제 부터는 절대로 부정선거를 하지 않는 마음이 깨끗한 우리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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