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ㆍ특집 특집
“여수시의 조용함은 ‘지역 역사에 대한 무지’가 원인”특별법 제정 공감대 도출 중요 시기…코로나19로 기념사업 준비 ‘주춤’
특별기고 송은정 작가(문학박사) - ‘72주기 여순10·19사건을 바라보며~

여순10·19사건 72주기 추념 일을 50여 일 앞두고, 코로나19 국면에 처하면서 관련 사업들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만큼 올 추념 기간은 특별법의 성공적 제정을 위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재 72주기에 맞춰 문화예술행사와 토론회 등을 준비하던 주관 처들은 어떤 방식으로 계획된 것들을 치러낼지 고민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2019년 10월 21일, 국회 앞.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구례에서 전남 합동 위령제 예정

여수, 경찰 유가족과 함께 하는

‘여수지역민 희생자 추모식’ 별도 추진

오는 여순10·19사건 72주기 추모식은 여순항쟁 유족 전국연합회가 주관해 합동으로 구례에서 치를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여수시는 3년 전부터 구상, 협의해왔던 경찰 유가족, 여순 유족회가 한자리에서 추모하는 ‘여수지역민 희생자 추모식’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유족회 윤정근 부회장은 “아버지 대(代)에서 있었던 일로 후손들이 지금까지 원수처럼 여기며 영원히 갈등을 안고 가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대승적으로 가보자고 합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섣부른 감정의 봉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며 역사적 진상을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의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의 제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수시 지원 조건으로 ‘여순항쟁’이란 말 표기 금지 강요

공론의 장과 비판적 논의 차단

70주년을 계기로 문화예술 기념사업이나 토론회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여수시에서 직접 지원하는 문화예술행사는 여수민예총에서 주최하는 평화인권예술제이다. 올해는 사진과 그림, 영상물을 전시, 상영할 예정이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추모제와 서울 유족회 주최 국회토론회를 지원하며 자체적으로 10월 30일 특별법 제정 관련 토론회를 국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그밖에 뜻있는 활동가들이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지자체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역사 공간 벗의 역사학자 주철희 씨는 “차후 비대면 형식 등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다.”라며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촬영 협조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제주4·3 기념재단과 함께 기록전을 준비 중이며, 다큐멘터리 감독 초청 좌담회, 지역 언론과 함께 하는 형제묘의 재조명 등을 계획하고 있다. 70주년부터 여순항쟁 기록전을 열고 있는 노마드 갤러리도 올해 지역작가와 외부 작가를 초청해 전시를 추진 중이다.

이들 행사를 주관하는 측이 지자체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에 손 내밀지 않는 까닭은 의도적인 독자 노선 추구 의지가 깔려 있다. 역사공간 벗의 주철희 씨는 “재정적 지원을 빌미로 학문, 비판의 자유를 억압하며 족쇄를 채워버린다.”라며 “관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되면, 역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나 본질적인 것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못하고 지원에 맞는 행사 진행을 요구 받는다.”고 비판한다.

노마드 갤러리 김상현 관장도 “3년째 지원이나 격려 없이 진행하며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며 지친다.”는 심경을 밝힌다. “무엇보다 여순항쟁이란 명칭을 쓰지 말도록 요구하며, 공공의 장에서 비판적 논의를 하는 것이 마치 지역사회의 분란을 야기하는 것처럼 치부한다는 점이 절망스럽다.”고 한다.

지난 3월 엑스포갤러리에서 여순항쟁 기록화 개인전을 열고 오는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 아트센터에서 같은 전시를 할 예정인 박금만 화가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3월 전시는 여수시 지원을 받으면서 리플릿에 ‘여순항쟁’이란 말을 표기하지 못했다. 여수미술관 기획 70주년 기념 전시도 마찬가지여서 박금만 화가는 이 전시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박금만 화가는 “여수시는 지역 작가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관심이 거의 없다. 변화하는 문화 현상을 감지하고 알아보려는 노력이 없이 다만 시의 요구를 따르길 바란다.” 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특정 명칭의 고수나 어느 한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차단하며 논쟁이 일지 않는 조용한 진행만을 요구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강조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철희 씨는 “법이 만능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역사 인식의 제고를 위해, 최소한 학계나, 예술계. 시민단체는 더 치열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제주4·3이나 광주5·18이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로도 계속 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문제점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한다.

2020년 2월 15일~, 엑스포갤러리, 박금만 여순항쟁 기록화 개인전>

국가폭력과 왜곡된 역사 교육으로 굳어진 오명 벗어나야

새로운 매체에 맞춘 인식전환 활동 필요

최근 일부에서 “순천시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여수는 조용하다.”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오간다. 여수는 분명 순천보다 먼저 여순10·19사건 관련 연구와 시민운동을 해왔고, 현재 진행 중임에도 여수시의 계속된 방어적 방침에 개개인들의 노력이 묻히면서 나온 말들이다.

여수시와 달리 순천시는 ‘여순항쟁’이란 정명화와 함께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시 지원으로 여순항쟁 창작가요제, 해설사 양성 교육,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하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구례군도 여순항쟁 유족회 전국연합회 이규종 회장 취임 이후 유족 구술채록 실시 등 왜곡된 역사의 인식전환에 나서고 있다.

여수시의 조용함은 곧 ‘지역 역사에 대한 무지‘가 원인이라고 파악된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 나라의 역사책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역 행정 수장이나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의 주요한 역사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50년대에서 80년대를 거치며 강조된 반공이데올로기에 치우친 교과서 역사 지식과 그로 인한 왜곡된 역사관이 전부라면 시대착오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국가폭력이 자행한 72년 지난 역사의 진실을 바로 보려고 않는 것은 여전히 반란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고, 이는 지역민의 명예가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심각성 앞에 72주년을 기념하는 일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이런 논의가 부질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확연하게 변화되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과 매체에 맞는 적절한 방법 모색이 시급한 때이다. 지역의 관심 있는 전문가들을 좌절하게 하는 시책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대에 맞는 연구와 변화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독려가 필요한 때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활발한 논의들이 진행될 때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다.

데스크  yeosunews@daum.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