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ㆍ특집 현장르포
사명감 하나로 코로나19 철통 방어 '작은 영웅들'2020년 2월부터 14개월째 6급 이하 전 직원 6개소 순환 근무
여천시외버스터미널 컨테이너 근무…열악한 환경 불구 ‘보람’
3일 여수시외버스터미널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하는 작은 영웅들이 교대시간에 맞춰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이틀 앞둔 3일 오후 3시 여천시외버스터미널 2평도 안 되는 컨테이너 박스 안이 북적인다. 출퇴근 근무조가 뒤섞이는 교대시간이다.

잠시 쉴 틈도 없다. 창문 너머 단단하게 줄로 묶어 고정한 거울사이로 ‘여수’ 행이 선명하게 찍힌 프리미엄 골드 금호고속 버스가 여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올 겨울 반사거울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컨테이너 내부에 있으면 버스 도착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창밖 거울 반사를 통해 버스 도착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 느낀 불편을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한 셈이다. 

고속버스가 도착하자 근무자가 승객 발열검사를 위해 버스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비닐 방호복에 마스크를 쓴 여수시 도로과 김평순 씨가 비접촉 체온계를 챙겨 서둘러 버스에 탑승한다. 하차 하려는 승객과 발열검사를 하려는 근무자가 뒤섞이며 잠시 혼잡스럽다. “코로나19 발열검사가 있겠습니다”란 멘트로 승객들의 협조를 구한 뒤 재빠르게 움직인다.

승객 이마에 발열 체크기를 가져다 댄다. 귀찮을법한데 코로나19 발발 이후 몇 차례 대유행을 거치면서 당연하듯 받아들여 수월해졌다.

여수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지역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20년 2월 7일부터 14개월째 6급 이하 전 직원이 방역 최전선에 투입돼 활동하고 있다. 국별로 담당구역을 나눴다. 개인별 대략 45일에 한 번 꼴로 발열감시 순환근무가 이뤄진다.

매일 26명(공무원 13명, 기간제 13명)이 6개소(여수엑스포역, 여천역, 여천시회버스터미널, 신기항, 백야항, 여수공항)에 24시간 근무하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수지역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낀 불편을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했다. 컨데이너 안에서 버스도착여부를 알 수 없는데 창밖에 반사거울을 설치해 해결했다.

6곳 중 여천시외버스터미널이 가장 열악한 환경이다. 임시 설치 컨테이너에서 비닐 방호복을 걸친 채 땀 뻘뻘 흘리며 한여름을 보냈다. 올 겨울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난로 켜놓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버텼다. 매일 공무원 2명과 기간제 요원 6명 총 8명으로 1일 4명 2개 조로 교대근무를 선다. 3일 오늘은 여수시 건설교통국 도로과 직원들이 배치됐다.

다른 현장이 발열감시 카메라 모니터링, 발열 증상자 도착 시 비접촉 체온계로 별도 체온을 측정하는 것과 달리 이곳 근무자들은 직접 발열 측정기를 손에 쥔 채 동분서주해야 한다. 발열 38도 이상이거나 기침 등 유증상자는 선별진료소 검사를 안내하거나 보건소 후송을 요청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기간제 방역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은애 씨는 “초창기 시외버스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시도하자 일부 반발이 심했어요. 코로나19 확진자 취급을 받는다는 등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였죠. 이제는 인식이 개선되면서 그런 승객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어, “버스가 한꺼번에 4대가 몰려와 당황한 적이 있었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같이 뛰어나가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여수지역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여수시 도로과 김평순 씨가 여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승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애로사항을 묻자 이들은 날씨보다는 이구동성으로 화장실을 언급했다. 임시 설치된 컨테이너 사무실이라 화장실이 없어 인근 무선롯데마트나 공영주차장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트 휴무일이거나 공영화장실이 공사 중인 경우 낭패를 보기도 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근무 피로도 누적과 심야시간대 근무로 생체리듬 불균형이라고 언급했다.

여수시 총무과 이상호 서무팀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발열감시 근무 피로도 누적을 우려해 대체 휴무 등 복무사항을 규정해 놓아 애로사항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여수역과 엑스포역 심야근무는 생체리듬을 깨트릴 수 있어 직원들의 피로도가 큰 상황이다. 이동거리가 먼 신기항과 백야항 근무자들을 위한 적절한 휴무 및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일 주간 근무자(08:00~16“00)는 발열 감시 근무 후 퇴근하게 된다. 평일 오후 근무자(16:00~24:00)는 근무시간에 맞춰 근무지로 출근하며 된다. 또 평일 심야 근무자(00:00~08:00)는 익일 대체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주말 및 공휴일의 경우 대체휴무를 실시하거나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여수시 공무원들의 발열검사 근무에 대해 ‘녹을 받는 공무원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다만, 묵묵히 사명감 하나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코로나에 빼앗긴 우리의 일상에도 하루 빨리 봄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