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노조쟁의·덕촌 야학사건으로 2회 복역한 지사
해방후 고향에 묻혀 향민복리에 힘쓴 여수애향인
<지난호에 이어서>
또한 피의자 신문 조서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는 세계문학전집 및 세계사상전집 등을 구독하여 주의적 사상에 흥미을 갖기에 이르렀으며 더욱 작년 1월경 원산의 노동쟁의 대 노동연합회 간부의 일원으로서 활동하였는 바 자기들의 행동은 절대 합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본가를 옹호하여 죄없는 노동자를 처벌하고 압박하는 정황을 알고서 더욱 더 현대사회에 불만을 안게 되었다고 심경의 일단을 밝히고 있다.
대구 복심법원의 공판결과 원정상 징역 1년 6월 및 징역 8월, 원종상 김보물 각 징역 1년 6월, 이효동 징역 1년, 집행유예 4년에 처해졌다.
원정상씨는 대구형무소에서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되어 복역하였으며 출소 즈음하여 순천형무소로 이감되었다.
순천형무소에서는 일본인 간수들이 조선인 죄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행위를 일삼는 것을 보고서 분개하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형무 당국에 급식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였다가 형무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하면서 계속 형무소 소장과의 면담 요청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욱 더 세찬 제재뿐이었다.
이때 여수수산중학교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연관되어 상당수가 수감되어 있었는데 이들이 원정상씨의 단식투쟁을 알고서 동조하여 집단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자 형무당국은 당황하여 모든 요구조건을 받아 들이겠으니 단식을 중단하도록 종용하였으며 심지어 일본인 검사들이 자기네들 집에서 단무지까지 걷어다가 대접하면서 회유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형무소내에서 복역하면서도 항일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출소후 귀향하여서는 향리인 덕촌리를 중심으로 청년단을 조직하여 청년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자 일본경찰(이때는 여수경찰서가 설치되어 있었다 함.)이 방해하여 제지하였다. 그러나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예의 순천지청 예심판사에게 서신을 보내 말썽없이 건전한 청년운동을 할 터이니 여수경찰서장에게 자기가 보증할테니 허락하여 달라고 하며 그대로 저지하기만 하면 다시금 지하운동으로 번질 우려도 있으니 차라리 양성적으로 청년운동을 하도록 하여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한다.
그러나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벌여 몇 차례 일경에 끌려가 문초를 받는 등, 청년운동이 차츰 독립운동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동도리 청년회와 연계하여 소풍간다는 핑계로 청년들을 인솔코 동도리의 뒷산인 망양산에 올라 강연회를 열고 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실제적인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어가자 보증을 해 주었던 예심판사도 적잖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되었던 것 같다.
이즈음 예심판사가 거문도(거문리)로 출장을 오게 되었는데 두형제(원정상, 원종상)가 인사차 방문하자 “너희들이 청년운동을 하는 것은 좋으나 청년운동이 밥벌이가 되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 너희들도 적잖은 나이로 생계유지도 어려운 터에 계속 감시를 받아가면서 언제까지 청년운동을 할 참이냐? 잘 생각해 보아라”고 하면서 두 사람의 신상에 대하여 걱정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원정상씨가 “전과자이고 보니 취직을 할 길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렇다면 어디에 취직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원정상씨가 생각하기에 같은 값이면 섬에서 태어나서 섬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어업조합(현 수협)에 들어가 고향의 어민들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져 어업조합에 들어가고 싶다고 대답하자 “좋다”고 흔쾌히 승락하면서 거문도어업조합의 일본인 이사(현 전무)를 불러 내가 신원보증을 설터이니 이 사람을 취직시켜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런 경위로 원정상씨는 어업조합 직원이 되었다.
여담이지만 동생인 원종상씨는 생계가 어려워 구멍가게를 경영하였는데 마침 면서기 채용시험이 있어 응시 수속을 하였던 바 당시의 면장 박영규(朴榮圭, 서울 중앙 고보 2회 졸업, 대한민국 제2대 해군참모총장 박옥규 제독의 장형)씨가 “너는 기왕에 면서기로 재직중 덕촌학교 야학 사건으로 파면되었고, 더욱이나 전과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관공리가 된다는 말이냐, 도저히 불가한 일인데 왜 이렇게 까지 나를 괴롭게 만드느냐, 제발 그만 단념해라” 하면서 만류하였다. 그래서 예의 예심판사에게 도움을 청하였던 바 자기가 신원보증을 서고 여수군수에게 부탁하여 응시할 수 있게 해주어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그러자 원정상씨가 동생에게 이르기를 “명색이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우리들인데 자리도 자리 나름이지 어떻게 면사수모 서기가 된다는 말이냐, 면사무소는 왜놈들의 식민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 앞장서는 말단 행정기관이 아니냐, 그래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하느니 차라리 사임하고 곤궁한 어민들을 위할 수 있는 어업조합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하였다. 그래서 원종상씨는 형의 충언을 받아들여 면서기직을 그만 두고 어업조합 직원으로 취직했다.
이렇게까지 원정상씨의 민족의식은 철두철미하였다.
이후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날까지 거문도 어업조합 경리계장 및 부이사(현 상무), 목포어업조합 부이사, 여수어업조합부이사를 역임하였고, 해방을 맞아 일보인 이사(현 전무)가 사임하자 자동적으로 초대 이사로 취임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건국준비위원회 여수지부의 치안대 부대장직을 맡아 여수지방의 치안확보에 진력하였고 여수 신원리의 일본군 기지에 미군이 진주할 때는 ‘여수 진주 미군 환영대회’의 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그러나 혼란스럽던 해방 정국에 있어 충심으로 나라의 장래를 두고 우려하기 보다는 자파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자기 세력 확장에 혈안이 되어 좌충우돌하면서 염치를 모르고 날뛰는 좌우정치인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실망한 나머지 일체 정치에 관여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낙향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좌천을 자청하여 거문도 어업조합 이사로 전근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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