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내과의원 김현경 원장

뭔가를 자꾸 깜박깜박 거리고 아는 단어가 입에서 맴돌기 시작하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건망증이 심해진걸까? 아니면 혹시 치매인걸까?’ 하며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주 깜박거린다는 이유로 모두 치매라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우울증이나 약물의 부작용, 알코올의 남용, 갑상선 기능 저하증, 걱정 또는 스트레스 등으로 건망증 증상이 심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치매로 단정을 짓기 보다는 노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알아두는 것이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중요합니다.

건망증과 치매

​건망증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는 상태, 혹은 생각하는 게 많아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했을 때, 또는 집중하지 않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건망증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외에는 다른 인지 능력은 모두 정상이며, 일상 생활에 무리가 없습니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가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치매는 뇌세포가 점점 죽어가는 퇴행성 치매와 뇌혈관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 그 외 파킨슨증과 동반된 치매, 그리고 특정 원인에 의한 이차성 치매로 나뉩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불리는 노인성 치매는 기억력, 언어능력, 공간 감각(지남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감퇴가 점차 진행되는 병으로, 정상적인 노화과정과 달리 뇌세포들이 빠른 속도로 원인 모르게 죽어가면서 여러 가지 지적 능력의 감퇴가 나타납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로 비교적 갑작스럽게 기억력이 나빠졌거나, 한쪽 팔다리에 약한 마비가 있다가 금방 호전되기도 합니다. 만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등과 같은 혈관성 치매의 위험인자를 제거 혹은 조절하지 않을 경우 재발하기도 하여 인지장애가 급격히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뭔가를 학습해도 잘 입력이 되지 않고, 잊으면 나중에 힌트를 줘도 다시 생각나지 않고, 본인의 기억력이 줄어든 것을 숨기려고 하거나 가족에서 화를 내는 횟수가 느는 등 성격 변화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현저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다면 병원에 내원하여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건망증과 치매 증상의 차이

일반적으로 단순 노화로 인한 깜박거리는 증상일 경우에는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지만 지남력 또는 판단력 등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또 기억력 장애에 대한 증상은 주관적인 호소이기도 하며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렸던 내용들도 나중에 기억이 나거나 힌트를 들으면 금방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의 경우는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물건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서 머뭇거리는 현상이 치매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데 일명 명칭 실어증 증상입니다. 이는 치매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치매에서는 기억력 감퇴나 언어 능력 장애 외에도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로 인해 길을 잃는 경우가 잦아지고 점차 증상이 심해질수록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하거나 집안에서도 안방과 화장실을 혼동하는 경우도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치매는 성격의 변화와 감정의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꼼꼼하던 성격의 사람도 일을 대충 처리하거나 모든 일에 무관심해지기도 합니다. 조용하던 성격도 난폭해지거나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고,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수면에도 장애가 생겨 잠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오히려 불면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치매는 아직 완치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치매 초기 증상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입니다.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 지나치기 쉽습니다. 경도 인지장애로 진단된 경우, 연간 10~15% 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 혈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지나친 폭음이나 과음을 자제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인지 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데스크  yeosunews@daum.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