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희생자 추모탑 조형물

여수시노사민정협의회가 여수국가산단산업재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추진한 추모탑 건립 사업이 고용노동부 높이 제한 제동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회신 답변 내용이 이해할 수 없는 옹졸한 답변일 뿐만 아니라 지역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지역사회 반감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협의회에 보낸 회신 공문을 통해 "여수안전체험교육장 부지 내 탑 규모가 커질 경우 교육장보다 상대적으로 시각적인 주목을 받게 되어 교육장으로써의 인식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며 '3m 이내 규모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여수시노사민정협의회나 여수시로서는 노동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역사회 한 관계자는 “국가산단을 책임지는 국가가 나서야할 일을 기업과 노조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주무부처가 이를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윤 정부가 최근 노동계를 대하는 시각이 반영된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여수시노사민정협희회 장종익 사무국장은 “노동부의 추모탑 높이에 제동을 걸어 당혹스럽다. 이에 반발해 적극 항의하자는 위원들도 있다. 향후 노동부와 연계되는 사업들이 많아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런 분위기다”며, “기존 9.5m 높이 안에 의견을 모으고 있고 산단 내 다른 부지를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고영준 산업지원과장은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안전체험교육장 부지 내 추모탑 부지가 협소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오히려 이참에 산단 내 시유지 공원 6곳을 물색해 추모탑 건립하고 시가 관리하는 방안을 정기명 시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사정민정협의회나 여수시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노동부의 추모탑 높이 제동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얘기다. 기존 안전체험교육장의 협소한 부지 대신 산단 내 널찍한 시유지 공원에 산재노동 희생자 추모탑을 건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 때문이다.

한편, 여수시노사민정협의회는 잇따른 산업재해에 대한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추모탑 건립을 추진해왔다.

1970년대에 조성된 여수국가산단은 조성과 운영 과정에서 389건의 사고가 발생해 150명이 숨지는 등 모두 3,50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67건의 사고로 17명이 죽고 36명이 다치는 등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추모탑 건립을 위해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 소속 34개 회원사가 3억8500만원, 노동계 7개 단체가 5100만원, 여수상공회의소 등 기타 단체가 5100만원 등 총 4억87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여기에 여수시가 시비 5억 원을 투입해 모두 9억87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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