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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철회해야명분과 실익 없어...‘정치 노욕’ 버려야
친낙계 의원들 외면, 호남 여론도 싸늘
조규봉 논설실장

내년 4월 10일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우세한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날로 악화하는 민생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성난 민심으로 분출되고 있다.

이같은 정권심판론이 실제 표심으로 연결돼 ‘민주주의 회복, 민생경제 안정’이라는 새로운 국면 전환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수를 넘어 압도적 우위를 점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상궤도를 이탈한 국정운영의 키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대적 소명이 민주당 앞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진데, 요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신당’ 추진으로 시끄럽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민주당의 품안에서 5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에 이어 당 대표까지 지냈던 그가 신당 창당 운운하며 당내 분란을 키우는 행태는 지나친 ‘정치 노욕(老慾)’이 아닌가 싶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려는 명분은 무엇인가. 그의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양극화된 정치 때문”이라거나,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왠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이나 그 이후에도 정치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 게다가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독주를 누구보다 통감하고 있을 텐데도 현 정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나 국정쇄신을 요구한 적도 없다. 한동안 해외에서 머물던 그가 선거판이 다가오자 귀국해서는 자신을 키워준 민주당의 분열을 꾀해서 될 일인가.

이 전 대표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들 본인이 호언장담한 ‘제1당’은 고사하고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을 따랐던 정치인들과 호남 유권자 대다수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민주당 167명의 의원 가운데 70%인 117명이 ‘신당추진 중단 호소문’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분열은 필패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저지하고 민주당 총선승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 미래’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표와 민주 정부의 총리까지 역임하신 이낙연 전 대표께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함께했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친낙계 의원들 역시 “신당 창당은 절대 안된다”, “신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정책위 의장은 SNS를 통해 “오직 민주당만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농단에 맞서 싸우고 있다.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손잡고 윤석열 독주 정권에 투쟁해야 미래가 있다”고 했고, 조오섭 의원도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은 윤석열 정권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윤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이 전 대표의 창당 행보에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중 ‘이낙연 신당’에 대한 부정평가는 71%인 반면 긍정평가는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지역기반인 호남에서 부정평가(64%)가 긍정평가(26%)를 압도했다.

이처럼 ‘이낙연 신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데다 자신을 따랐던 의원들조차 돕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사람들과 창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민주당 내부에선 더 이상 운신할 공간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에 본인 특유의 차분함과 냉철함을 잊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고희가 넘은 이 전 대표는 이제 정치 노욕을 버려야 한다. 민주당의 원로로서 선대위원장이나 고문 역을 맡아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지지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나아가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아마도 다음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는 것일 게다. 의중이 그러하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둥지인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하도록 돕는 것이 옳다. 그런 다음 당내 입지를 키우고,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넓혀 나간다면 대권도전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이 전 대표에게는 그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국회의원 5선과 당 대표, 국무총리까지 대통령 빼고 다 해본 관록과 경륜이 있지 않은가.

순리에 따르지 않고 흐르는 강물을 억지로 되돌리려 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판단으로 아름다운 정치 행보를 걷길 기대한다.   

조규봉 기자  cgb2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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