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 동안 전남도민의 염원이었던 전남 의과대학 설립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전남 동·서부 간 지역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아 지역의료 강화에 역점을 둔 모양새다.

특히, 이날 ‘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문’에는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전남 의대 설립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이에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도 정부의 ‘의대가 없는 전라남도의 의과대학 설립 추진’ 발표에 대해 감사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지역 내 의견을 수렴해 신설안을 마련, 정부와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지난 14일 민생토론회 발언 이후 전남 동서부 간 입장차가 감지된다. 

전남 동부 순천대, 정치권, 지자체가 앞다퉈 단독 의과대학 유치전에 뛰어든 반면 전남 서부권은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순천대는 19일 발표한 전남국립의대 설립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전남 동부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산업현장이 많다며, 국립의과대학 신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노관규 순천시장도 당연히 순천대가 중심이 되어야한다며 힘을 실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김형석 예비후보도 노 시장의 순천대 유치 주장을 동조하고 나섰다.

반면 전남도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학을 정해서 알려달라'는 내용과는 엇박자를 보이며 통합국립의과대학 신설안을 정부에 신청했다.

김 지사는 정부안에 대해 지역 의견 수렴을 거쳐 신설안을 마련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며 지역갈등을 우려해 단독 유치 선언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박홍률 목포시장과 김원이 목포시 총선 후보는 윤 대통령의 의대 신설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전남도가 추진하는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 두 대학의 통합 안에 찬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남 의대 설립 관련 순천대 유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을 우려한 ‘전남도의 시간 끌기가 아니냐’ 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향후를 도모하기 위해 서부 정치권이 전남도 통합국립의과대학 추진안에 동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30년 만에 찾아온 전남 의대 유치 절호의 기회를 두고 전남도가 통합국립의과대학 원안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수정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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