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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날갯짓(수필)
윤문칠 전라남도 명예예술인(문학)

봄날, 따사로운 봄볕이 만물을 깨우며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고 꽃들도 향기를 품으며 새봄을 맞는다.

봄바람 향기에 취해 돌산 봉양 마을 감나무를 심어놓았던 조부모님의 묘소를 손녀들과 찾았다. 새싹이 작년의 자리를 찾아 온통 푸른색으로 몸은 내밀고 있고 웅크려 있던 모든 것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나비 몇 마리가 가벼운 날갯짓으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손녀 유주가 나비를 발견하고선 처음 본 나비인 양 좋아하니 옆에 있던 윤비도 나비를 찾아 함께 뛰어다닌다.

예전에 들었던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손녀들에게 이번 봄에는 행운이 가득하리라고 속삭여주자, 손녀들이 기뻐했다.

문득 자산공원 해오름 전시관에 곤충관이 생각났다.

세계의 나비들이 전시된 빠삐용관을 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공원을 들러보자고 제안하니 다들 흔쾌히 가자고 나서 준다.

프랑스어로 나비를 빠삐용이라고 한다. 그 이름 그대로 쫑긋 선 커다란 나비의 날개가 우아하게 펼쳐져 아름다운 꽃 주변을 비행한다.

아름다운 꽃과 우아한 나비, "꽃을 보러 나비도 담 넘어간다."라는 속담처럼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비의 운명을 비유하며 시적으로 표현된다.

오동도 죽도 청풍을 맞으며 산과 바다를 비행하는 갈매기들 눈에는 어쩌면 바다 물을 마시려고 내려가는 거북 형태인 자산공원은 마래산의 해돋이로부터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그 빛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변한다고 지은 이름이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이곳은 바다에 밀려드는 해풍에 탁 트인 전망이 속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다. 돌산도로 이어지는 이순신대교와 케이블카가 바라보이며 여수 시가지의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바다 위를 지나가는 경이로운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여 곳이(?) 바로 관광명소가 되었고, 언제나 찾아와도 이렇게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학창 시절에는 충의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거룩하고 고귀한 희생정신과 업적을 기르기 위해 자주 들렀던 장소다. 오랜만에 와보니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때의 그 감정은 그대로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폭풍을 꿈꾼다.’라는 빠삐용관에 들러 손녀들과 나비를 관찰했다. 손녀들이 너무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함께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 아이들에게 작은할아버지 친구 되시는 시청 직원 조달준(70세)씨가 취미로 나비를 수집하여 공원 내에 빠삐용관을 운영하시고 퇴직 후에는 시에 기증하여 관리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손녀들이 더 집중하여 관심을 갖는다. 전 세계 희귀한 곤충과 전갈 거미 등 4천여 점의 곤충표본의 전시실을 보고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 어쩌면 너무나 작은 생명이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감성적인 손녀 유주가 나비는 숲속 친구라고 말한다. 반면 이성적인 손녀 윤비는 과학시간에 곤충은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한다고 배웠다며 지식을 뽐낸다.

산소에서 본 나비가 오늘 하루 종일 주제가 되어 멸종위기의 곤충과 나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과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손녀들과 학습의 장을 연출했다.

삼국유사 선덕왕지기삼사조(善德王知幾三事條)에 나온 선덕여왕이 당 태종(太宗)이 보낸 모란의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그 꽃이 향기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일찍이 서화나 시가에 나비가 소재가 되어야 향기 있는 그림으로 생각했다는 손녀들이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툭 던져 보았다.

내려가는 길에 활을 쏘는 국궁장 충무정에 들러 증조부이신 윤상은(尹相殷) 부친의 명패를 보여주며 활 솜씨를 자랑했더니 손녀들은 맑은 눈을 크게 뜨고 증조부의 명패에 어깨가 으쓱해 보인다.

어둑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내가 시장에 들르자고 해서 잠깐 들렀더니 냉이 나물을 가득 사와 다듬고 데쳐 냉이 된장국과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친 냉이나물 무침을 저녁 반찬에 내어준다.

“냉이 된장국 냄새가 기가 막히게 좋네. 이렇게 밥맛이 좋을 수가 있나?” 하고 아내의 솜씨를 칭찬하며 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식구들도 맛있게 한 그릇 후딱 해치우더니 내일 개학이라며 준비가 덜 되었는지 걱정하는 표정이 참 귀엽기만 하다.

데스크  yeos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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