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내과의원 김현경 원장

검진을 받거나 혈액검사를 하게 되면 가끔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간 세포 손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수치가 높다는 것은 간손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개 술이나 체중 증가, B형 간염 등이 대부분의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런 원인 없이 정상 수치보다 몇 배 더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개 최근에 복용하기 시작한 약제나 건강보조식품 혹은 개인적으로 먹는 약재 등에 대해 문진하게 됩니다. 이런 원인에 의해 간기능이 악화되는 경우를 독성간염이라고 합니다.

독성간염이란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한약재를 기초로 하는 전통 의학과 민간요법이 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어, 끓는 물에 우려먹거나 즙으로 먹는 등 무의식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재가 많습니다. 또한 최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대체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어 독성 간염의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성 간염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 있는 약제나 독성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간 손상을 말하며, 약제로 인하여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흔히 약인성 간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약제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한약제,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식물제제나 약초, 우리가 쓰는 화학물질이나 환경독소 등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독성간염의 원인

간 수치는 약을 복용해도 올라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표적인 약물은 타이레놀은 적정 용량 6알(3g)까지는 안전하나 이 이상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경우 간수치가 올라갑니다. 그러나 적정량을 지킨다면 안전한 약물입니다. 그 외에도 결핵약, 항생제, 진통제, 스테로이드, 고지혈증약 등 대부분의 약물의 부작용으로 간수치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단기간 사용 시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장기간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게 됩니다.

한약재로 사용한 경우나 민간요법으로 사용되는 작약, 백선, 갈근, 용담, 시호 등이 간수치를 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한초약이나 민간요법제 등은 대개 2가지 이상의 약초복합제가 대부분이고 사용한 식물의 종류나 용량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채취를 한 경우 명칭이나 외형을 혼동하거나 잘못 알려진 약초가 흔하며,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 병원을 찾지 않다가 간손상이 심하게 된 이후에나 발견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산업장에서 노출되는 수많은 화학약품이나 산업물질들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직구로 구입한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독성간염도 매우 증가하고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독성간염의 증상과 진단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 피로감만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역질이 나거나 구토 증상, 우상복부 불편감이나 소변이 검게 변하기도 합니다. 열이 나거나 피부발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황달이나 가려움증, 심한 멍 등이 나타나도 합니다.

보통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거나 음주력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약물과 간독성과의 연관성이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독성 간염의 진단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독성 간염을 진단할 때에는 간손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물로 인한 독성 간염을 진단하는 특이 검사법은 없기 때문에, 의심되는 약물이 있다면 중단하여 간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지를 확인하거나 혹은 모든 약물을 중단한 후, 가능성이 적은 약물부터 하나씩 다시 복용을 시작하여, 간기능 추적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성간염의 치료

간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원인을 감별한 후 약제로 인한 독성 간염이 의심될 경우 원인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개의 경우 만성질환과 관련된 약제가 아니면 추가하지 않고 모두 복용을 중단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대다수의 경우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정상 간기능으로 회복되지만,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간 손상이 확인되면, 간초음파등의 검사를 하고, 간을 보호하기 위한 간장제를 투약하는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독성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한 용량의 약물을 사용하고, 가능하면 여러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의가 처방한 약물 외에 불필요한 약물의 사용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 약물 복용 시에는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야 합니다. 처방 없는 한약을 개인적으로 조제하여 복용하거나 건강보조식품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으며, 한약이나 건강보조 식품을 먹는 도중 황달이나 우상복부 불쾌감, 근육통, 발열, 피부 발진 등이 생기면 즉시 약물 복용을 중지하고 독성간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스크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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