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일까.

정말 행복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어디에 있으며 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조건이 있을 것이고 먼저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조건은 무엇이며 또 그 행복의 잣대는 무엇일까. 아무리 그 조건이 충족되어도 사람은 다분히 주관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 잣대 역시 기계적인 접근으로는 그 산정이 불가능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평범한 일개 여성일 뿐이다. 따라서 이 행복 역시 그 평범한 일개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고 또 그 행복의 주관적인 속성만큼은 나의 행복도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꼭 같을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 행복이 많이 가진 자와 많이 못 가진 자, 많이 배운 자와 많이 못 배운 자, 또 이런 사회적인 문제와는 무관하게 그 내적 세계의 차이에서 오는 그 행복의 의미와 크기 역시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랑도 행복도 가진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많은 가정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배가 고파 이혼을 하는 그 풍요속의 빈곤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또 자유가 없는 행복은 상상할 수가 없는데 이 자유까지도 그 돈으로 사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다시 말하면 심신의 욕구가 충족되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면 그 행복이 이 돈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그런 결론일 수도 있다.

현행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행복추구권은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인간이 자기의 설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고 또 자기가 추구하는 그 행복의 개념에 따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문득 영국의 작가 ‘O 와익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가 생각난다. 금과 보석으로 감싸인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어느날 남쪽으로 돌아가다 그 동상 발밑에서 하룻밤을 지낸 제비에게 부탁, 그 동상의 금과 보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한다. 그 결과 초라한 모습으로 변한 그 동상은 파괴가 되고 그 제비는 얼어죽게 되지만, 그 행복한 왕자와 제비의 영혼은 천국으로 더욱 행복한 나래를 펼친다. 당시 영국을 지배하던 공리주의와 물질주의로 인한 그 도덕적 황폐에 대해 사랑의 존귀함을 호소하는 처절한 절규였던 것이다.

이처럼 그 행복한 왕자도 그 금과 보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나누어 주고 더욱 행복해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남에게 나누어 줄 수도 또 남에게서 받을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감정의 작용일 뿐이고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데다 특히 그 물욕은 짠 바닷물과 같은 것이어서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더욱 더 갈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마음 속에 있고 또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독일의 시성 괴테도 ‘행복은 가까이 있는데 너는 왜 자꾸 멀리 가려 하느냐’고 시어로 충고를 했다. 행복은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데에 있으며 또 많은 데에 있지 않고 적어도 만족할 줄 아는 데에 있다. 또 행복은 누구에게나 다 있으며 문제는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행복이 있을까. 나는 문득 나의 행복을 생각해 본다. 손에 쥔 것도 없는 평범한 일개 여성일 뿐인 나에게 무슨 행복의 건덕지가 있을까만 행복이 많건 적건 간에 누구에게나 다 있기 마련이라면 그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문득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편의 얼굴을 눈앞에다 떠올려 본다. 간간이 내가 집으로 전화를 걸 때면 내가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도 반색을 하는 남편의 음성이 다시 귓바퀴를 울린다. 내가 하릴없이 늘상 집을 비워 우리 내외의 하루는 으례 남편이 나를 기다림으로 시작되어 그 기다림으로 끝난다.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행복이 될 수가 있을까. 혹시 이것이 바로 나의 행복이 아닐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면 그 남편에게 뿌르르 달려가 그날의 이야기를 자꾸 참새처럼 쫑알거리고 싶어진다.

남편이 한 그루의 나무라면 나는 그 나무에 앉아 쫑알거리는 한 마리의 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롭지 않고 하루의 침묵은 으례 까르르 웃음 소리로 변한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어찌 이 행복을 그 때묻은 돈으로 살 수가 있는 그 행복에다 비하랴.

나와 같이 평범한 여성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그대들의 남편이 밖에서 그대들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대들은 이미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가 있고 모자라는 것은 그대들이 찾아내야 한다.

행복은 바로 그대 곁에 있다.

<강영자 출향인, 울산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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