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내과의원 김현경 원장

수년 전에는 바이엘사의 ‘아스피린 프로텍트’가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TV 광고에 늘 등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 간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얼마 전에는 ‘네이쳐’ 지에 아스피린이 신체의 면역 반응을 높여 전이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는 뉴스에 아스피린 처방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위장관 출혈, 뇌출혈 등 부작용 위험성이 반드시 따라오며, 수술이나 시술 시 출혈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무분별한 복용은 지양해야 합니다.

아스피린은 예방약이라는데

질환의 예방에는 1차 예방과 2차 예방이 있습니다. 1차 예방이란 특정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건강한 상태에서 예방하는 것이 2차 예방은 이미 특정 질환이나 상태가 진행된 사람에게서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1980~90년대에 발표되었던 연구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의 감소에 효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약으로 각광을 받아, 고혈압이나 당뇨로 진단만 받기만 하면 아스피린을 처방하고 복용하는 것이 당연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발표되었던 심혈관 질환 관련 대규모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6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 그룹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간 사용을 할 경우 사망률과 암 사망률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에게서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 이벤트의 위험은 감소시켰지만, 주요 출혈 위험은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들에서도 아스피린은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11% 감소하였지만, 주요 출혈 이벤트의 상대 위험은 43%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에 대한 이점과 출혈의 위험을 평가했을 때에 특정 환자군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환자군에서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무조건적인 복용은 오히려 출혈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필수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이 필요한 경우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의 2차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경우에는 출혈의 위험성 보다는 예방을 위한 이득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복용을 해야 합니다. 이미 심근경색, 협심증, 대동맥 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뇌경색증을 앓은 경우, 혈관 스텐트 시술 등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필수적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급성관상동맥 증후군 환자 관리를 위해 아스피린과 이중항혈소판요법에 대해 질환과 환자 상태에 맞춘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약제 조합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약제에 아스피린이 없다고 주치의 지시 없이 개인적으로 아스피린을 추가로 복용하거나 혹은 마음대로 약을 변경해서도 안됩니다. 

또한 이러한 치료는 반드시 최대 내약 용량 스타틴 등의 고지혈증약 복용이 필수적이므로,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라고 마음대로 고지혈증약을 중단하거나 마음대로 영양제 등과 바꿔서도 복용을 해서도 안됩니다.

아스피린 복용이 도움이 되는 경우

우선 60세 이상의 고령자와 출혈 위험이 높은 모든 연령대의 성인에게는 1차 예방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출혈의 위험 또한 높아 예방의 이점을 상쇄하기 때문입니다. 40에서 59세 사이의 성인에서는 개별화된 사용을 권장하는데 10년 동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10% 이상인 사람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흡연, 당뇨병 및 가족력 등의 여러 가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경동맥초음파나 심장혈관 CT 등에 동맥경화가 보이면 아스피린의 이득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 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심장발작, 뇌졸중, 심장 우회 수술 또는 최근 심장 스텐트 시술 병력이 있는 고위험 환자에서는 1차 예방이 아닌 2차 예방 목적이므로 복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개인적으로 아스피린을 1차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을 복용하고 있다면, 주치의와 본인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을 상의 후 정말 이점이 있는지 재평가를 하여 중단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약제에 대한 출혈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한 아스피린 복용의 1차 예방 효과는 미미하거나 혹은 출혈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피린 복용을 결정할 때는 신중하게 전문의와 상의하여 이익과 위험의 균형에 대해 면밀하게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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