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도성마을에 위치한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가 2025년 상반기 기획전으로 예술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립 기획전을 선보인다.

한주연·이진경작가는 이달 10일부터 31일까지 ‘설명할 수 없는 곳에 내가 서 있다’라는 전시 제목으로 회화, 사진, 설치, 조각,미디어 등 다양한 시각예술로 기억의 편린과 계엄과 탄핵이라는 시대와 마주한 사유의 장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기획을 직접 맡은 작가 한주연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깡(Jacques Lacan)의 ‘수조’ 개념을 중심으로 독서와 대화를 이어오며 준비한 프로젝트다.

한주연 작가는 “이번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각자의 ‘수조’를 응시한 결과물입니다. 세 작가는 질문합니다. 나는 어떤 이미지로 나를 바라보았는가? 그 수조의 반사면은 지금도 나를 속이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각자 내면의 거울을 마주하고, 그 깨진 파편 속에서 다시 자신을 응시하려는 시도입니다”라고 말한다.

세 명의 작가는 각자 자신의 ‘수조’, 즉 스스로를 처음 인식했던 내면의 원형적 장소를 성찰하며 그 응시의 흔적을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한주연 작가는 ‘기억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으로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을 존재하게 한 기억의 흔적을 담은 드로잉 230여 점을 파노라마처럼 펼치고, 큰 아들에 대한 엄마의 독백을 담은 미디어와 돌의 세계와 침묵을 담은 조각 등을 첫 공개한다.

이진경 작가는 최근 탄핵정국과 정면으로 마주해 작가 자신이 헌법 전문 전체를 낭독하고 이를 50분짜리 영상에 담은 작품을 제작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눈보라 속에서 은박지를 둘러싸고 투쟁했던 이른바 ‘키세스 군단’을 비닐 봉지로 제작,사진으로 형상화한 ‘태어나는 풍경’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여수지역의 한 중소업체가 참여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소방시설 전문업체 ㈜주연기술 김기영 대표는 “예술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실을 전하는 통로라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 후원으로 함께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느끼며, 지역 예술의 발전에 앞으로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역 민간기업의 참여, 철학적 탐색, 작가 주도의 기획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공동체, 사유의 접점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오프닝은 10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로 진행되고, 전시 관람은 무료이다. 관람은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이고, 일요일,월요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전시 문의는 061)692-0240.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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