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도성마을의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가 보타니컬 아티스트 안기령, 조각가 김원근작가를 초대해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이들은 과거 전화교환소로 사용한 에그갤러리 본관과 돼지막사를 개조한 피그관에서 6월 14일부터 7월 5일까지 각각 개인전을 갖는다.

안 작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다짐을 표현한 ‘BEGIN again <숨,결>’이라는 제목으로 보타니컬 회화와 설치 등 25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안 작가는 최근 2년 6개월간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의 SBA DLDC(students of the Society of Botanical Artists’ Distance Learning Diploma Course)에서 디플로마를 획득해 보타니컬 아티스티로서 국제 공인을 받아 전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보타니컬 아트'는 식물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예술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으로 꽃잎의 곡선, 줄기의 흐름, 잎맥의 미세한 구조까지 자연의 섬세한 질서를 그려 생명의 경이로움을 담아내는 미술의 양식이다.

20대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자신의 삶을 담은 부서진 의자와 옷 위에 씨앗을 심고 새싹을 키우는 설치 작품과 투병 중인 남편과의 영원한 사랑과 치유를 기도하는 보타니컬 작품은 먹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안 작가는 “미술대학을 졸업 후 30년 만에 첫 개인전을 하고 싶은 간절함을 갖게 해 준 에그갤러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식물과 식물의 공간을 통해 생명과 회복, 자연과 인간의 관계,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 등의 메세지를 전하고 식물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게 제가 추구하는 보타니컬 확장예술이다”고 강조했다.

삼류인생의 희로애락을 단청색을 이용해 에로틱하고 코믹하게 표현한 조각으로 잘 알려진 김원근 작가는 ‘사랑스러운 그이’라는 의미의 ‘애그남의 순정’ 제목으로 회화와 조각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조각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삶의 경험과 체험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영화 배우 마동석을 연상케 하는 한 육체파 남성이 장미 다발을 들고 프로포즈를 하는 2m가 넘는 대형 조각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메인 작품은 큰 덩치에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랑에 약한 순정남 복서이다. 겉모습과 달리 깊은 속정을 품고 있는 남성상은 각박한 현실 사회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김원근 작가의 복서, 순정남 등 인물들은 국내외에서 이국적(exotic)이고 독특하다는(unique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밋밋한 눈코입과 더불어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채가 불교의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외국의 기획자들에게 한국적인 매력으로 강하게 어필돼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작가는 “낭만이 상실되어 가는 시대에 남자의 용기와 순수를 일깨워 주고 싶었다”며, “전시 기간 중 순정남의 프러포즈가 부디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힘찬 응원과 박수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14일 오후 4시 오프닝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캐리커처 그리기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안 작가는 보타니컬아트를 프린팅한 컵 등의 아트상품을 선보인다.

박성태 관장은 “충북 보은에서 자란 죽마고우인 두 분의 작품은 꽃처럼 아름답고 꽃처럼 서러워라는 한하운 시인의 영가(靈歌)를 연상케 한다”며, “개념과 상상력보다 처절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작품이란 점에서 많은 분들이 치유와 용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은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이고 일요일·월요일·공휴일은 휴관한다. 오시는 길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도성길 43,전시 문의는 061)692-0240으로 하면된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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