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대미협상의 직접 또는 간접 카드로 쓰려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보다 통큰 거래를 하기 위해 핵실험 카드를 쓰겠다는 계산이라면 그것은 완벽한 판단 착오다.

북한 핵실험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핵문제에 대해 설정해 놓은 금지선을 넘어섰다는 명백한 물증이 된다. 북한이 금지선을 넘고 나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과 주고 받기식 협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핵을 만들고 핵실험을 하면 이를 달래려고 당근을 준다는게 상례가 되면 핵확산금지조약은 휴지가 된다.

세계전략의 기본을 핵 확산금지, 특히 핵물질이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는 것을 미국의 안전에 대한 치명적 위험으로 간주하는 미국이 이런 사태를 방치할 리 없다는 것이다.

북핵 실험이 현실로 나타나면 ‘북한 핵 보유는 용납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북핵 해결 3원칙 중 첫번째 원칙을 무러뜨리면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제2 제3원칙도 설곳을 잃게 만든다.

‘북한 핵개발은 일리가 있다’ ‘북핵은 협상용이다’라는 등등 건성으로 대응하는 사이 북핵문제는 이제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북핵실험에 관련국 책임자들의 발언과 외신이 이어지고 있다.

핵폭발의 지진파와 정치파가 언제 한반도와 동북아를 흔들어 놓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방사능 낙진과 정치적 낙진은 곧장 한반도 상공에 쏟아져 내릴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전세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정치.경제적 공황사태로 빠져들게 뻔히 내다보인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국민은 위기를 인식하며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설마’에 모든 것을 맡기고 눈먼 낙관론에 마취돼 있는 것일까.

북핵이란 단어가 1994년 제1차 위기 때부터 수없이 오가면서 핵에 대한 우리의 신경이 무뎌지기도 했다. 위기설은 실제 위기설이 나오면서 슬그머니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보문제의 속성상 실제 상황 이전에 타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일례로 제1차 위기설도 미국의 도상 검토만으로 끝났다. 그리고 안보리에 간다고 해서 위기는 아니다며 이라크에 대해선 10여년간 47개의 유엔결의안이 채택된 뒤에야 이라크전쟁이 이어졌음을 상기한다.

‘6월 위기설, 북핵실험설’ 등에 대해 사실을 천작해야 한다고 당국자는 말하면서 “중국과 미국도 북핵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기본 정책은 아직 수정치 않고 있다”고 말했고 위기설의 진원지는 “일본 보수언론들이 띄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각설하고 남북차관급 회담이 개성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월 8일 김일성 10주년 조문 불허와 탈북자 집단 입국 등을 계기로 당국자간 회담이 중단된지 열달만이다.

3일간 회담에서 합의한 3개항은 첫째 비료 20만톤을 북한에 제공하고 둘째 평양에서 열리는 6.15 통일축전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양측 당국대표단을 파견키로 한 것과 셋째 1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합의문이였다.

남측은 북핵과 관련 야심찬 의도로 ‘중요제안’이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과 북한은 북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았다.

북측은 남측이 북한판 마샬 플랜을 언급해도 미국과의 관계정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미래의 불투명한 주요한 제안 보다는 북측 현실의 비료수령에만 관심을 보였다.

인도적 차원에서 전략물자도 아닌 비료를 지원하는 것은 동포애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올해 경제 건설의 주공(主攻)전선이 식량증산인 만큼 비료지원으로 만족 공조에 동참할 수 있다.
다만 남북한이 북핵위기속에서 우리끼리 비료 주고받기와 같이 인도적 사안만 한가하게 합의할 수 있는지다.

오늘의 남북회담의 최대 목표는 한반도 목줄을 조여오는 핵위기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다. 따라서 핵문제가 배제된 남북회담은 남쪽 정치인의 정치적 액세서리 구실밖에 안되는 어리석은 회담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 직결된 외교안보정책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주시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