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4강에 둘러싸인 한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은 한국을 깔보고 있다는 증거이고 중국 또한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평가하면서도 전통적 중화(中華)사상으로 우리를 대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전통적 우호관계는 금이갔고 심지어는 미국에서 “한국과의 우호적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립을 자주의 기회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나 4강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는 우리에 걸맞는 강대국과의 조정에 달렸다.동북아 4강을 분석하면 중국은 우리를 호각(互角) 지세로 보지 않고 있고 일본 또한 얕보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일본을 얕잡아 보고 있고 일본은 중국에 곁을 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하여 일본편만을 들고 있어 특히 한.일 특수관계를 깊숙이 알고 있으면서도 한.일 사이에 사활적인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개입하여 음으로 양으로 알게 모르게 일본편에 서는 역사적 악몽에 우리는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다.

각설하고 약소국이 국익을 위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강대국과의 관계를 조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다자간 협의체를 활용하여 다소간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나 2국간 대화보다 다국간 공론에서는 어느 정도 보편 타당한 논리가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우리의 생존전략은 ‘균형’의 전략이여야 한다. 냉전시대의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주변 4대 강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21세기 한국은 정치적 독자성을 지킬수 있기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에 안정된 균형이 정착되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균형이 정착될 수 있을까 아니면 특정 강대국의 헤게모니가 설정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동북아의 질서문제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만 취할 수 없다. 제한된 능력의 범위내에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한국은 동북아지역에 안정된 세력균형 체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고도의 창의적 외교력이 필수다. 여기서 한국의 고민은 한국의 정치문화, 외교실상, 이념적 성격 등을 두루 감안했을 때 ‘균형’이라는 개념은 한국과 한국인에게는 이질적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국제관계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균형보다는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질서를 인정하는 정책만을 추구해 왔으며 국가간의 평등과 균형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국제질서는 국내 위계 질서와 마찬가지로 상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왔을 뿐이다.

20세기 중반에도 그대로 답습 위계구조의 정점에 중국 대신 미국이 있었을 뿐이다. 특정 단일 강대국이 모든 국제관계의 종주국이 된다는 점에서 19세기 중국을 정점으로 한 체제의 논리와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2일 노대통령의 3사 졸업식에서 ‘평화균형자’논의 새로운 개념을 내세움으로써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패권을 지향하고 평화협력을 추진하게 만드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지난 2월 10일,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6자 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중국은 왕자루이 중앙위원을 방북케하고 북한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장 그리고 내각총리 방봉구가 방중하였으나 별무성과다.  일본, 러시아는 제각각 이질적 동기에서도 찬성하고 있으나 중국과 미국은 소극적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과 6자 회담 거부로 동북아질서가 불안정 매우 어려운 안보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북핵은 남북간의 군사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깨트린 심각한 사건이다. 우리는 지난 40년간  경제발전에 힘써 11위 경제대국을 이룩했으나 북핵은 우리의 경제를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 위험에 놓여있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명실공히 평화의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히 발전시키는 한편 우리의 국력과 외교력, 자주국방능력을 계속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