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참여정부에서는 국정의 최고과제로 국가균형발전전략을 설정하고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기능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다.

그 중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전체 공공기관 410개 중에서 수도권에 몰려있는 34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방이전이 가능한 기관을 선정해 177개의 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하여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낙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호남지역민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낙후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당초의 이전취지를 무시한 채 시촵도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12개 시촵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정치논리로 변질될 우려가 농후한 사안이다. 대형 공공기관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향후 지역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낙후정도를 고려해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시촵도가 공공기관의 최대 알짜기관인 한전 유치에 뛰어들어 경쟁이 과열되자 이 같은 원칙이 퇴색되기 시작했다. 한전을 방폐장과 연계하겠다고 했다가 서울에 잔류시키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난데없이 ‘한전+2’라는 어처구니없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한전을 가져가려면 다른 기관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인구감소율(-8.28%), 재정자립도(14.2%), 취업자증가율(-5.91)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낙후된 전남은 한전유치의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는데, 이런 방침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정부는 한전이전의 효과를 최대한 축소시켜 시촵도간의 과열경쟁을 막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안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황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추락시켰으며 지역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실망을 안겨준데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고 참여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채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당초의 취지가 퇴색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결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상황이 변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최소한의 몇 가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첫째, ‘한전+2’는 낙후된 지역개발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와 동떨어진 졸속방법이다. 당연히 원안대로 낙후의 정도가 가장 큰 지역에 한전본사와 함께 8개 자회사를 모두 이전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왜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하는가? 다름 아니라 낙후된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모든 시촵도에서 유치를 포기할 정도로 ‘한전이 가는 지역은 2개의 자회사만 가져갈 수 있다.’는 식으로 한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대폭 축소시키겠다는 것은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할 우려가 높다.

정부가 진정으로 낙후된 지방을 발전시키려고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면 ‘한전+2’라는 기형적 배치기준은 당장 취소하고 당초의 취지대로 낙후의 정도가 가장 큰 지역에 한전과 자회사를 함께 이전해야 한다.
둘째,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시촵도별 배치가 아니라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되어온 호남에 특별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시촵도별로 10~15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울산 등 5개 시촵도가 있는 영남지역에는 50~75개의 기관이 이전되고 전남, 전북, 광주 등 5개 시촵도가 있는 호남지역에는 30~45개의 기관만이 이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시촵도별 배치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현재 각 지역별로 배치되어 있는 공공기관 입지현황을 보면 충청권에는 46개, 영남권에는 10개의 공공기관이 있는 반면 호남권에는 전남에 1개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을 포함해서 모두 5개에 불과해 공공기관의 배치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정을 무시한 채 시촵도별로 일률적인 배치를 한다는 것은 정부가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일률적인 시촵도별 배분이 아니라 타지역에 비해 공공기관이 적은 호남지역에 더 많은 공공기관을 배치해야 한다.

셋째, 시촵도내에서도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낙후도’에 의한 배치가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전기관을 몇 개씩 묶어서 시촵도별로 배분하고 이를 해당 시촵도 차원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경우 배치원칙에 ‘낙후도’가 아닌 정치적 요소가 개입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시촵도 내에서도 정작 개발이 필요한 곳은 영원히 방치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전남지역의 경우 광주시 인접 시촵군에 공공기관이 이전된다면 그 효과는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된 전남지역이 아니라 광주시로 흡수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부담을 떠안더라도 시촵도내의 구체적인 이전 대상 지역까지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할 것이다.

불가피하게 정부 방침대로 시행해야 한다면 전남도지사는 공공기관 이전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전지역 선정은 투명하고 객관성 있는 절차를 거쳐야 도민의 화합을 다지고 전남발전의 기틀이 마련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