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없어서 못산다고 하고 가진 사람도 못살게 되었다고 하니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아무리 가진 것이 없다 하여도 최소한 생계가 유지 되어야 하는데 날이 세면 부채가 벌이보다 늘어나니 조금의 빚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빚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고 하였지만, 말이 맞지 않다. 어떻게 빚으로 소를 잡아먹는가. 과분한 생각이고 망상인 것이다.

그러나 일상노력을 최대한 쏟아 부으면 하루 먹을 것은 생겨야만 살맛도 나고 일할 맛도 나겠건만 하루 일할 자리가 없으니 한끼 밥이 어디 있는지 감감하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살길이 막연해 못살겠다며 한맺힌 목숨을 끊는 일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부자도 못살겠다고 해외로 이주 한다며 모아 놓은 재산을 빼돌리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으니 어딘가 잘못된 듯 하다.

정치는 다스림이다. 다스림이 바르게 되지않는 것이 아닌가.

옛말에도 가난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스림의 理法이 잘 돌아가게 한다면 최소한의 가난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다스림이란 말은 다쓰임이 아닐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다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그 쓰임새를 일일이 환하게 찾아 주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스림의 위치에 있는 자가 다쓰임의 길목을 바르게 찾아 주지도 않고 찾을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다면 다쓰임의 생명이 사방천지에 쓸모 없이 널부러져 寄食하려고 하니 세상이 어지럽고 험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진자도 제 가짐을 전제물로 삼고 나눔의 손길이 자꾸만 제 앞으로 오구라들고 있으니, 그 아까운 재물을 한올이라도 잃을려고 하는가.

다스림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 가진자를 따뜻하게 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다스림이란, 따스함의 뜻도 있을 듯 하니 말이다. 다스림이 가식없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따스함은 웃어오는 마음일 것이다.

많이 가진 자이거나 헤아릴 수 없는 만큼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도 이 나라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스림이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다스림(治)은 따스함(溫)이다. 이는 모두가 물 수변이다. 물은 항상 머물지 아니하고, 그릇을 탓하지 아니하고 어디에도 평등하게 수평을 유지하려고 한다.

물처럼 유연하고 가득 채움이 있을까? 그러므로 다스림은 어디에 치우침이 없이 대해평등심이 되어야 하고, 어느 물못에 채워지기를 바라지 말고 이 천지에 가득차면 폭포아래로 직강하여 다시 용소에서 수평을 이루는 듯 아래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평등적 다스림이 물의 명목이다. 이 명목을 바르게 유지한다면 그 다스림은 따스함이 될 것이다.

따스함이란 삼라만상들에게 곱게 적셔줌이 차별하지 아니하고 골고루 하나같이 생명을 자애하는 초목성불의 의미가 담겨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니 어디 불평이 있겠는가.

그래서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잘하면 청산녹수(靑山綠水)가 될 것이고, 또한 이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온화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면서 자연에 따뜻함을 느끼고 산다는 것은 영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몸 한 부분이 천근같이 무겁고 통증이 느껴 오는 사람은 얼음장 같은 한기가 엄습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의 한기로 말미암아 온갖 행위가 바르게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냉증이 몸부위로 돌아다니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식욕부진 등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일차적으로 자기로부터 오는 것도 있다지만, 다스림에 불만을 갖게 되어 정치기피, 정치혐오, 정치부정, 정치불관 등으로 담을 쌓고 그 따스함을 박탈당한 허무감에 사로 잡히게 된다.

이제 다스림이 바로서야 한다. 마음이 따스하게 되어야 다스림의 말이 바르게 된다.

다스림의 말을 꾸며내려고 하지 말고 다스림을 하는 자의 마음속에 따스함이 잉태하고 있는가를 항상 살펴야 한다.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사섭법(四攝法)이 따뜻하게 용솟음쳐 나와야 한다.

특히 同事.利行이 愛語에 넘쳐 이것이 布施가 되어야만 가난한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 나를 막론하고 다스리는 사람의 다쓰임의 자리에서 따뜻하게 살게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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