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정한 예산보다 세금이 더 걷혀 세계잉여금이 생기면 선거와 권력유지를 위해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하고 싶은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세계잉여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상환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예산회계법에 규정되고 있어 이러한 정치권력의 유혹을 억제하려는 뜻이 담긴 법률이다. 세계잉여금이란 정부가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액수이다.

정부는 다음해의 세입규모를 예상하고 그 범위내에서 새해예산을 짜는데 해당년도에 예산보다 세금이 많이 걷힐 경우 세계잉여금이 발생한다. 경기가 좋으면 세계잉여금의 규모는 커지고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세수가 목표보다 미달한다. 이렇게 발생한 세계잉여금 가운데는 총세계잉여금과 순세계잉여금으로 양분되어 다음해로 이월하는 금액을 합산한 잉여금을 전자로 후자는 지출이 당초세출예상보다 적게 집행되어 불용액이 발생할 경우를 말한다.

최근 세계잉여금 발생액과 순세계잉여금을 살펴본다면, 96년도 세계잉여금은 1조7천9백50억원 순세계잉여금은 7천1백87억원, 97년도 세계잉여금은 1조9천9백70억원 순세계잉여금은 4천1백47억원, 98년도 세계잉여금은 1조4천1백53억원 순세계잉여금은 6천2백2억원, 99년도 세계잉여금은 3조7천7백7억원 순세계잉여금은 7천6백23억원, 2000년도 세계잉여금은 5조1천3백77억원 순세계잉여금은 4조5백55억원이었다.

최근 잉여금의 용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잉여금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국가경제발전에 득이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재정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합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국가채무는 어디까지를 정부의 빚으로 보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정부가 공식발표하는 국가채무는 국제통화금(IMF) 기준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중앙중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갚거나 이자를 내야하는 이른바 ‘확정된 채무’다. 2000년말 현재 중앙정부채무 1백조9천억원과 지방정부채무 18조8천억원을 합한 1백19조6천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OECD는 정부의 국가채무발표때 보증채무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의 경우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발행한 각종 채권과 공공차관에 대한 보증분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74조5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결국 국가채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재경부가 인정한다. 또한 ‘공적자금의 경우 회수가 안될 경우 결국은 국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고 말했다. IMF 기준 채무와 보증채무를 합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7.1%이나 IMF 기준채무는 23.1%에 불과하다.

국가채무가 OECD 국가들보다 재정건전성이 아직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안이하게 방심하기에는 변수가 많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국가채무증가속도나 잠재적인 채무발생요인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국가채무문제가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재정 건전화 계획을 세워 미리 엄격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 본다. 정부의 채무보증중 상당부분이 국가채무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가지고 있다. 특히 금융구조조정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상황규모는 올해 5조5천억원에서 내년에는 17조원, 2003년에는 40조8천억원을 급증하는 반면 상환계획은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의 부채규모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부채를 더 감당할 여유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국가채무는 정부가 공공수요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기진작, 구조조정, 공공연금, 사회보험 등등 무엇이든 간에 결국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모든 문제는 정부책임으로 돌아오고 최종적으로 국가채무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는 어느나라에서나 또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상환에 사용한다는 것이 예산회계법이나 국가재정운용의 대원칙임을 직시하고 세계잉여금을 빚갚는데 쓸 것을 권고한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국가부채백서’와 ‘차기정권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16개 사례집’을 살펴보면 국가채무가 1천조원 이라든가 각종 정책이 ‘생색은 이번 정권, 부담은 다음 정권’식으로 기술한 내용 중에는 계수의 부풀기와 다음 집권을 자만한 처사로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처사로서 성찰을 바란다.

세계잉여금은 매년 10월 국회결산심의때 그 규모가 확정된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않고 대통령의 재가 만으로 마음대로 쓰려는 발상은 국회의 예산결산심의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다.

필자는 개발년대에 외자국, 예산국, 이재국, 청화대에서 재정경제 정책계획입안과 집행실무자로서 봉직한 경험은 국가재정의 절제있고 건전하며 투명한 시책 등 재정운용의 규율확립이 나라살림을 제대로 꾸려가려는 의지를 보이므로서 정부와 국민이 더욱 돈득해짐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초유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문민정부에 이어 국민정부도 단군이래 최대의 국가부채를 쌓는 불명예의 릴레이를 계속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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