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다.

동물들 또한 가뭄으로 인해 곤경에 빠지기는 마찬가지.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물을 찾지 못한 동물들이 비교적 물을 구하기 쉬운 인가로 몰려들고 있어 도시외곽지역 주민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산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개체수가 늘어난 동물들이 물을 구하지 못해 농수로나 마을 공동 우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하수를 이용한 급수상수도가 갖춰진 지역도 동물들이 몰려들기는 마찬가지다. 수도로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은 아무래도 야산보다는 물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율촌면의 한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밤이면 야생고양이, 너구리, 노루 등 산짐승들이 물을 찾아 마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하며 "물을 마신 짐승들이 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옥수수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오는 것은 다행이다.

주민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뱀과 지네 등 해충이다.

특히 뱀과 지네는 수분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해충으로 그나마 마실물이라도 있고, 생활하수라도 흐르는 인가 주변으로 몰려들어 담벽 돌틈사이 등지에 기거하고 있어 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하고 있다.

소라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마을 안길이 모두 포장된 후로는 마을내에서 뱀이 목격되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올해는 종종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양면의 한 농민도 "예년에도 농수로에 가끔씩 뱀이 나타나긴 했지만 농약을 많이 살포하는 탓에 최근에는 논 주변에서 뱀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뱀이 많아 논에 물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10여년만에 찾아든 최악의 가뭄으로 파충류 등 동물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살아보겠다고 물을 찾아나선 녀석들(?) 때문에 정작 농민들의 괴로움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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