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국제안보의 우선순위를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이 중대한 변화과정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가변적 상황전개는 조만간 미국이 대처해야 할 중대한 위험이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유럽은 국제분쟁의 진원지였다. 1·2차 세계대전과 동서역내 냉전 등 세력균형을 위한 대규모 전쟁이 모두 유럽에서 발발했다. 미국은 이 세차례의 전쟁에 개입해서 승리함으로써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모호한 관계 등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평화를 달성했고, 군사력에 의한 세력균형은 생각할 가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아시아에서는 냉전이 종식되는 상황에서 군비경쟁이 약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1998년 7월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으로 부터 미국이 탄도미사일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도널드 럼즈펠트(Donald Rumsfeld) 보고서는 부시정권 출범으로 미국체제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켜 미군의 세계적 전략을 주도한 핵심인물이었다.
1993년 3월 레이건 대통령은 새로운 전략방위구상인 SDI(Strateqic Dofenselnitiative)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고도의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이 계획에 소련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냉전종식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소련 외상 베스스메로토누이프는 1993년 2월 27일 프린스턴 대학에서 ‘냉전종식’이란 논문에서 미국의 SDI 영향이 컸다고 회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 중국수석 등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Missile Defense) 정택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SDI로 당했는데 MD로 견제 역량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근자 우리는 푸틴의 방한으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과 국가미사일방어(NMD)에 관련된 소동, 한미정상회담의 혼란과 남북관계의 침체, 한일교과서 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열강들은 현실로 정착돼 있는 한반도의 2국가체제가 돌발사태를 맞아 붕괴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분단체제가 붕괴될 경우 한반도 이외지역까지 엄청나게 광범위한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러, 중, 일, 북한은 한반도의 상황변화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경향이다. 그러니 미국은 한국의 대북화해 협력정책과 남북문제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제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게는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은 외교환경의 변화와 성격에 걸맞는 인프라의 구축이다. 지금까지 고차된 적(敵) 개념의 변화다. 우리의 강대국 인식 역시 단순했다. 복수강대국을 관리한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관련된 연구도 비약했다.
그저 50년간 유일 강대국 미국에 의존한 것이 고작이었다. 약소국인 우리는 열강의 교차로에서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한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을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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