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3년여 동안 단 하루도 개혁을 거론하지 않은 적이없다. 개혁을 추진하는 대통령이나 여야 말할나위 없거니와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까지도 쉼없이 개혁을 거론했다.

개혁이란 단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개혁한다면 뭔가 새로운 것이 튀어나와 잘되겠지하고 믿는다. 그러기에 역대정권을 잡은 수반들마다 개혁을 외쳤고 개혁을 시도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허처럼 내세운 것이 개혁이였다. 재벌개혁, 금융개혁, 교육개혁, 의료개혁, 언론개혁 등등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흔들리고 곳곳에서 개혁전선이 붕괴를 예시하는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개혁정부가 들어선 이래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않다. 오히려 이곳 저곳에서 아우성 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교육이 붕괴됐고 의료체계가 무너졌고, 은행은 국민세금을 먹어치우는 하마가 됐고, 언론자유는 흐트러지고 있다. 그나마도 김대중 대통령의 말만 들리는 ‘고독한 개혁’으로 위축된 형국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80년대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신흥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도 한국을 ‘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왜 용에서 뱀이 됐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으로 다시 용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정책이나 사회전반에 걸쳐 마구잡이식으로 비판만했지 우리의 경제력 제고를 위한 구체적 정책수립에는 등한시해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요약하면 세 마리 용은 이미 선진국형 경제패턴으로 바뀐데 대해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형 경쟁패턴을 고집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선진국형과 후진국형 경제패턴이란 전문가의 생산성에 의존한 경쟁핵심이 전자이고 후진국형의 경쟁핵심을 주로 근로자의 생산성에 의존한 것이 후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한국과 비교해 전통적인 경쟁력 변수인 자원, 자본, 노동자 등에 있어서 이들이 우리보다 나은 것이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확실히 나은 것은 바로 선진화된 전문가 집단이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전문가집단을 갖기 위해서는 첫째 전문직에 대한 비합리적인 집입강벽을 없애야 하고 외국에게도 적극개방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전문가의 보수체계를 국제화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경영인들의 엄청난 보수로 유인하여 세계적인 높은 생산성향상을 피해야 한다. 셋째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합리적인 평가제도를 마련 국제수준의 임금정책으로 개방해야 한다. 우리가 아시아의 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패턴을 촉구함은 물론 전문인력의 양성과 확보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비전 2011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세계의 중심에 우뚝서는 한국이 되야한다는 주장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선은 아시아 더좁게는 동북아의 중심이 되고 난 후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야한다는 ‘단계적 중심론’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극복 과정에서 급격한 구조개혁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장기비전과 과제를 도출하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우리경제는 과거 양적팽창적인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질적측면을 우선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으나 정책간의 적잖은 혼선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차례 경험한 대로 반짝하다가 금새 잊혀지는 ‘장미빛 청사진’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번 ‘비전 2011 프로젝트’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않고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명실상부한 가이드라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핵심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대안을 찾는데 있어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를 옥죄고 있는 기존의 주요정책과 규제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획기적인 개혁의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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