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55년만에 순안공항에 내린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접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군대의 사열을 받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되면서 온 세계 인민들을 흥분과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사상 유례없이 전쟁 당사국 대통령이 휴전 중에 적도(敵都)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위험과 재난을 무릅쓰고 민족분단의 역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불타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갈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 가기만 해도 성공이고 만나기만 해도 엄청난 사건이라는데 이의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긴장과 초조속에 어렵사리 터져나온 6·15평양선언은 환희와 감격, 감동의 원천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오셨으니 나도 서울에 간다’고 너털웃음을 짓는 김정일의 모습에서 이제 냉전과 분단의 상처가 치유되고 화해와 협력, 평화 통일의 길로 나가는 첫 발을 내딛는구나 감격하였다.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이산가족이 서울로 평양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고가고, 김용순 특사가 서울을 방문하고, 경의선 복원공사가 남북에서 각각 시작되었다.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다녀오고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터진 봇물처럼 잘 나가던 남북관계는 김정일이 온다온다 시기와 방법을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부시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3월중순 서울에서 열릴 장관급 회담에 사전연락도 없이 북에서 안오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고 세계탁구선수권도 단일팀으로 열심히 연습하다가 북측이 트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을 뿐 아니라 면회소 설치도 못한 채 경의선 복원공사마저 중단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퍼주기만하고 김정일한테 놀아났다고 아우성인데 느닷없이 북한 상선들이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우리 영해를 침범하여 남남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난에 미증유의 가뭄으로 민심은 흉흉한데 민노총은 총파업으로 들어섰다.

인내심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하되 튼튼한 경제와 국방,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남북화해협력의 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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