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인 기업인 부부가 사재를 털어 전국에서 최초로 사설 암환자 쉼터를 조성,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5년째 전남 여수 등 건설현장을 돌며 잔뼈가 굵어온 박형기씨(58.동남산업대표)와 부인 정모씨(57)는 8일 건설장비대여업 등으로 평생 모은 70억원을 들여 여수시 돌산지역에 친환경적인 암환자 쉼터(가칭 석림쉼터)를 세울 예정이다.

박씨는 이미 지난달 1만7400여 평의 부지 매입과 함께 S사에 건물과 토목 설계를 의뢰했으며 오는 7월1일 가까운 지인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발족, 비영리법인화 한 쉼터 설립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지난 2002년 12월 갑작스런 위암선고를 받고 투병하던 박씨는 3달 만에 부인 정씨마저 유방암에 걸려 3차례 수술에도 별 차도가 없자 희망보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욱이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생 딸을 두고 부부가 함께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등 대도시로 다닐 때는 주변의 암환자 쉼터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박씨는 8일“우리 부부가 긴 시간 암투병 생활을 하던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환자들이 편하게 요양하면서 쉴 수 있는 쉼터가 없다는 점”이라며 “전 재산을 다 들여서 만들고 있는 쉼터에서 부부가 함께 간병하고 비용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암환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것도 잊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쉼터에는 암환자와 그 가족들 50세대 정도 입주 할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선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신선한 음식만을 접해야 하는 암환자들을 고려해 무공해 농산물을 직접 가꿔 먹을 수 있는 대단위 농토도 건물 주변에 마련된다.

또 운동시설과 유실수가 심어진 산책로, 응급환자의 치료와 이송 시스템 등 환자들의 쾌유를 도울 수 있는 갖가지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는 우선 추진위 발족 후 9월부터 1단계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올해까지 20억원이 투입된다.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2단계로 50억원을 들여 확장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한편 쉼터 설립계획은 여수시의 심의과정에 있으며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건설공사가 추진된다. 그러나 박씨는 암환자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의 보조나 정부 지원금은 일체 받지 않고 순수하게 쉼터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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