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중국에 대한 한구적 정상무역관계(PNTR)의 경신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의 안정요소’라고 했다.

지난 6월 9일 중국경제무역합작부장 스광성(右廣生)과 로버트졸릭 미국무역대표부(USTR)대표와의 회담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고 발표했다. 미·중통상장관합의에 따라 오는 28일 스위스제네바에서 개최하는 제16차 분임회의에서 중국의 WTO 가입문제에 관한 최종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15년간 끌어온 중국의 WTO 가입현상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 EU 등 거의 모든 회원국과 시장개방협상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WTO 가입의 걸림돌이 대부분 제거되어 있는 상태이다.

중국은 세계 제7위의 교역국이다. 2000년의 수출은 무려 27.8% 증가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1일 미정찰기사건, MD방어체계 등 한동안 삐걱거리는 듯 했으나 미·중은 외교와 통상문제를 별개로 분리하는 유연함으로써 WTO 가입을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중국의 WTO 가입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시장 개방확대에 따른 수출증대효과를 크게 누릴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중국상품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첫째, 우리 바로 옆집 인구가 13억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활짝 열린다는 점이다. 중국의 공산품 평균관세율은 현재 17%에서 5년 후 9.4%까지 낮춰야 하며 모든 비관세 장벽을 5년 이내에 완전 철폐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닫혀있던 무역, 통신, 유통, 운송, 금융, 보험, 증권시장도 3년 또는 5년 안에 개방해야 한다.

둘째는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한·중간의 무역분쟁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지난번 마늘분쟁이 터지면서 우리는 고스란히 앉아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으나 한·중 양자회담이 아닌 WTO를 통해 중국의 무책임한 무역보복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셋째는 중국은 한국의 주력수출시장인 미국, 유렵 등의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 우리로 하여금 수출시장 점유율 유지에 더욱 심혈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추진중인 경제개혁이 후퇴하지 않도록 WTO가 안전대역을 할 것으로 보일 뿐더러 지금도 중국에는 외국자본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중국이 WTO의 국제규법까지 준수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외국자본의 중국투자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2000년의 국가 총생산이 사상처음 1조달라를 돌파해 세계 7대 경제대국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2005년까지 7~8%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2010년에 세계총생산의 20%를 차지하면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1999년 12월 31일 밤 베이징(北京) 한복판에서는 ‘중화세기의 종’ 타동식이 있었다. 21세기가 중국의 세기임을 천명하기 위한 ‘중국의 날’이였다. 13억의 중국인들은 고난과 분투의 20세기를 뒤로하고 초강대국으로 웅비하는 자신의 위상을 마음껏 뽐냈다. 2001년 6월 23자 보도에 의하면 중국과 EU는 APEC 농업보조금 타결과 난제로 꼽혀온 보험, 유통 부문의 갈등해소로 11월 카타르도하회의서 결정만 남았다고 한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21세기 국제경제사회의 초대형시장으로 평가된다. 우리에게는 약간(약 6억달러)의 무역개선의 수지효과가 기대되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눈앞에 보이는 기대효과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중국이 외국기술을 도입해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우리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이 중국의 WTO 가입을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우(愚)를 범함으로써 국제통상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현재 외국으로부터 수많은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신속한 정보입수와 당사국과의 사전교섭, 통신, 전열의 정비 등이 관건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이에 ‘국가대응전략’의 마련이 시급하다. 거대한 ‘빙하’가 녹아내리는 형국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경우 빙하에 그대로 휩쓸려 떠내려가고 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영길 한국장서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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