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W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1. 4. 20 캐나다 퀘맥에서 발족선언식을 가진 FATT(미국자유무역협정)는 한마디로 슈퍼이코노미간 신(新) 영토전쟁(경제권역)이다. 경제지배력을 넓혀 21세기 경제패권경쟁의 승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미주대륙 34개국을 하나로 묶어 지구의 절반을 미국의 확고한 ‘뒷마당’으로 삼겠다는 반구(半球)전략의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남극까지 미주대륙 34개국을 수직으로 꿰뚫는 FATT는 2005. 12. 1부터 발효될 경우 유럽을 제치고 인구 8억명 GDP 12억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으로 거듭난다.

유럽은 반세기 이상 꿈꿔왔던 단일통화 실현을 눈앞에 둔 키워드 역시 확장으로 집약된다. 15개국 4억인구에 GDP 9억달러의 경제권을 이미 구축한 유럽은 또 한번 영토확장에 돌입하게 된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에 이어 발칸반도의 루마니아, 터키 등 12개 국가를 끌어들여 구 대륙을 망라하는 이른바 ‘신로마제국’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이다. 유럽의 확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브라질과 농업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멕시코와도 자유무역협정(FAT)을 추진하는 등 미국의 뒷마당을 역습하고 있다.

2002. 1. 1부터 EU에서는 유로화가 전면 통용되면서 달러화와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는 FAT가 추진되고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짝짓기’가 양산되는 실정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정면승부 대신 2001. 6. 14 ‘상하이 협정’을 통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주베키스탄 등 5개국과 함께 지역협력체 구성을 주도하는 것으로 지역전략의 일보를 내딛었다.

러시아는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5개국도 2001. 5. 31 벨로루시 수도 인스크에서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AES)를 공식출범시켰다.

미국과 유럽의 영토확장(경제권역) 경쟁에는 자국 통화의 지배권을 확대하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무역과 투자보다 통화부문이 세계경제장악의 더 큰 무기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U통화 당국자는 지난 봄 도쿄 선진7개국(G7)회담 때 아시아에서도 유로화를 적극 사용해달라는 ‘마케팅’에 나서 유로화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기득권을 분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통화 본부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여 달러화 지위를 고수하려하고 있다.

아시아는 중국의 앞마당이다.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아시아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미주자유무역지대(FATT) 구상, 유럽의 유럽연합(EU) 확대에 대항해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경제맹주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중국이 경제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시아의 경제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아세안(ASEAN)이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아세안+중국회담에서 아세안과 중국의 자유무역관계(FREETRADE RELATION) 성립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룽지총리 제안에는 한국과 일본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아세안과의 협력에 대한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사실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수직적 협력관계 보다는 수평적 경쟁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입장에서는 아세안의 자원과 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측면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아세안이 중국에 대응하는 블록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중·일간 동북아자유무역지대에 대해 중국은 당장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 이 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속셈을 보이고 있다. 청화대(淸華大) 후인강 교수가 작성한 중국, 홍콩, 한국, 일본의 3국 4자간 자유무역지대보고서에서 “동북아자유무역지대를 설립해도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홍콩, 한국, 일본의 3국 4자는 세계총인구의 23.9%, GDP는 20.6%, 무역비중은 수출이 16.7%, 수입이 13%에 이른다. 특히 4자간의 경제의 수직분업화 혹은 제휴성이 뚜렸하고 경제나 무역이 상호보완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무역지대효과를 분명하게 얻을 수 있다.

세계화냐, 지역화냐 세계무역기구(EWO) 뉴라운드논의를 중심으로 ‘세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유럽연합(EU) 미주자유무역지대(FATT)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등 지역별 블록화 추세도 가속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모두 지역별 경제블록화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의 무역을 늘리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이들 ‘경제블록’에 편입이 절대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답답하다.

자유시장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아직껏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지역협정을 한개도 맺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그나마 일본은 싱가포르와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급진적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한·칠레FAT 협상은 농산물관세철폐 이견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져있어 앞날이 불투명하다. 우선 동아시아 각국과 무역, 투자, 금융 등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체제로 국력을 모두 모아도 장담하기 어려운 판인데 위정자나 정치인들은 국가민족은 도외시한 채 전권적 소모전으로 밤낮을 지키고 있으니 이 국가 이 민족을 어쩌자는 건지 맹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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