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세워둔 자동차들이 형편없이 찌그러진 채 포개져 있는 TV방송 장면에 국민들은 아연실색 했다. 이만한 비로 5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다수는 가로등 침수로 감전되어 죽은 행인들이었다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몇 년전 경기 북부지방이 게릴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기상관계자들이 수퍼컴퓨터 타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는 수퍼컴퓨터를 갖추었으니 기상청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보다는 이번 폭우로 인한 재난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일이 있을 것같다. 그것은 여름철 기상이 예전보다 기습적이고 포악해졌는데도 이를 미리 현명하게 준비하고 대처해서 피해를 줄이고 피하려 하지않고 오히려 준비없이 덤벼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왜 가뭄과 폭우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격렬해지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환경론자들은 무분별한 난개발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의 결과로 추정할 따름이다. 이런 주장이 맞건 맞지않건 治山治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호 할 책임이 있는 당국도 이제는 폭우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천재로만 치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물를 가둘 수 있는 저수지가 많고 논과 숲이 많아 물의 흡수능력이 높은 농촌지역에서도 이번 같은 기습폭우가 내리면 범람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정글을 이루고 있는 공룡도시 서울에서는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집중호우시 그 피해발생 가능성이 예견되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에만 치중하고 환경훼손방지와 장기적인 수방대책을 세우는데는 소홀히 하고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천재타령이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기습폭우의 피해는 무계획적이고 방만한 난개발과 수도권 비대화가 가져온 예견된 환경재앙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요, 官災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차피 재난이 발생했으니 피해복구도 신속히 해야겠지만 당국에서는 관재를 인정하고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대책수립 그리고 피해에 대한 보상도 철저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침수지역에서의 감전사의 경우는 국가와 자치단체인 서울시의 책임이 더욱 명백하다 하겠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고 여름이 다 갈려면 언제 또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밀려올지 모른다. 우리시도 물관리와 수방대책과 방재대책에 문제는 없는지 미리 점검해 보고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더 이상 천재타령은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난개발을 방지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 苦言을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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