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로 살피는 첩경은 시공(時空)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역사를 단편적으로 끊어 잘라서 이해하면은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역사에는 오묘한 흐름이 있고 엄숙한 법도가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서세동점의 먹구름 속에 동북아의 무법자 일본은 그 만행이 천장에 달했으니 1895년 10월 8일, 일제는 주한공사 미우라의 지휘로 50여명의 군인, 경찰, 신문사장, 랑인(깡패)들을 동원하여 왕비인 명성황후(明成皇后)를 시해하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에 연류된 우범선(寓範善 1856~1903)은 조선군 훈련대 제2대대장 참령이었으나 일본으로 망명했다.
1903년 11월 24일 우범선은 명성황후의 심복인 고영근(高永根)에게 망명지인 일본 구례시(吳市)에서 암살되었다. 47세의 나이였다. 우범선이 암살되었던 일본의 구례시와쇼마지 2079번지는 지금도 흉지(凶地)라 하여 집을 짓지못하고 빈터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때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이가 자라서 세계적인 육종학의 권위자 우장춘(禹長春 1898-1959)박사가 되어 1950년 3월 8일 아버지의 나라 한국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나라인 일본땅에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2남 4녀의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겨둔 채였다. 우장춘은 1930년 더블베추나이 꽃의 육종합성에 성공함으로써 다아윈의 진화론을 수정하였고 1936년 종(種)의 합성설을 채소종자의 육종합성에 성공하여 씨앗없는 수박과 벼의 일식이수작을 성공 모교인 동경대학에서 농학박사가 되었다. 1945년 종전까지 교오또다까이 연구소장이었다. 우박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일본에서는 그가 원한다면 안락한 연구환경의 보장과 가족들의 행복한 생활을 얼마든지 약속받을 수 있었는데도 그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홀홀 단신으로 남북이 양단되어 북의 공업화와 남의 농업화란 일제잔재 밑에 농업환경이 척박하고 농업연구시설이 전무한 아버지의 나라 반쪽의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슨 까닭으로 귀국했을까 반역자로 몰려서 암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척박한 한국 농업을 위해 육종학을 꽃피워 속죄를 하려는 것인가? 식물학자로서 세계적 권위가로 노벨상의 야망 때문이였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 주신 분은 최석채(崔錫采) 선생님께서 결론을 내려 주셨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우박사가 나에게 말했지 아버님 대신 조국에 속죄하기 위해 가족들을 버렸노라고…” 10여년전 세상을 뜨시기 전에 남기신 말이다. 우범선 참령과 우장춘 박사가 이 기막힌 부자갈등은 개인사적인 것이지만 그것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역사흐름과 무관할 수 없기에 역사의 지시를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이같은 사건을 살피면서 역사의 존엄성을 깨닫게 되었고 무엇이 역사를 이토록 엄숙하게 흐르게 하는가 참으로 결론은 역사를 매만지는 신(神)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확신하고 단연한다.
역사를 매만지고 역사를 보살피며 역사를 엄숙하고 정연하게 흐러가게 하는 신이 없고서야 역사에 감동을 얻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모두가 역사의 울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편린들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당시대에서 끝나지 아니하고 다음 다음세대로 이어진다.
역사의 신은 사소하고 미세한 것들까지도 큰 흐름으로 관장한다.
그러므로 역사를 매만지는 신이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아는 것이 가장 값진 역사흐름이라 할 것이다.
취재팀 webmaster@yeosunews.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