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12 여수세계박람회 범국민보고대회’는 과연 여수시가 앞으로 5년 뒤에 EXPO를 제대로 개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심한 행사’였다.

물론 개최지 확정 4일만에 열린 대규모 행사이다 보니 십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해도 ‘이건 너무했다’라는 볼멘소리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던 도중에 진남체육관 출입구 3곳에서는 대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이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며 거세게 항의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꼭 와달라고 해서 행사장에 왔는데 아예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며 “시 공무원들은 아쉬우면 우리한테 부탁하고 필요가 없으면 쓰레기 취급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EXPO 개최도시 확정’을 축하하는 뜻있는 행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의 ‘한심한 의전’으로 빈축을 사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수유치를 누구보다 기뻐했던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성웅 광양시장 등 인접 자치단체장이 불참했다. 겉으로는 지역행사 참석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여수시장을 지낸 분들을 아예 초청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까지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충석 전 시장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 임원들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들 경제인들에게 ‘EXPO 성금’이니 ‘아프리카 의료 성금’ 등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 반강제로 징수해놓고 범국민보고대회 때에는 아예 초청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치성공에 있어서 경제계의 기여가 매우 컸음에도 범국민보고대회 때는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업적만 드러내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수시는 또 시에 VIP좌석 총 80석 중, 여수시에 배정된 VIP좌석 28석 대부분을 시의원으로 채웠다.

이번 유치 때 연가를 내고 ‘국민응원단’과 함께 참석할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했던 여수 모 기관장은 “행사장에 갔더니 좌석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가서보니 VIP좌석에는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의 명찰은 붙어있는데 그래도 중앙행정부 산하기관장의 자리 하나 배정하지 않는 여수시의 치졸한 의전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김남성 전남경찰청장도 자리가 없어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1부 행사에 이어 여수시청 3층 대강당에서 치러진 만찬장에서도 참석한 귀빈 중 상당수가 좌석이 마련돼 있지 않아 되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EXPO 유치를 위한 SOC예산 증액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모 지역구 의원은 VIP 좌석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날 만찬장의 음식은 부산롯데호텔에서 준비했는데 초청한 VIP들이 도중에 가버린 바람에 나중에는 여수시 공무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엑스포 유치의 일등공신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준영 전남도지사, 오현섭 여수시장 등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김재철 동원그룹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삼성과 LG, GS 등 재계총수와 경영인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여수유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약 200억원 이상의 거금을 유치활동비로 기부했다.

이러한 든든한 실탄(?)이 있었기 때문에 유치사절단이 40여차례 110개국을 순방, 유치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행사에 초청된 재계인사는 김재철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소수였다.

다른 재계인사들은 한마디로 일회용으로 이용했다가 유치성공한 뒤에는 나몰라라는 식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도 여수유치확정이 되던 바로 그날 여수시는 ‘엑스포 유치 일등 공신은 오현섭 시장-유치 기간 동안 지구 일곱 바퀴 돌아’라는 자화자찬의 보도 자료를 돌렸다가 빈축을 샀다.

개최지 시장이 세계박람회 회원국을 상대로 득표 활동하는데 한계가 있다.

외교부가 나서 회원국 BIE 대표를 맨투맨 전담해서 득표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여수엑스포 유치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개최도시의 수장이 스스로 일등공신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분명 오버였고, 실착이었다.

이제 여수시 공무원들은 EXPO를 개최하는 도시의 공무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하려면 먼저 시공무원들이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시공무원들이 유치성공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배려보다 아는 사람(?)들의 자리를 제공하는 ‘동네 수준의 의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EXPO성공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2012세계박람회 여수 유치 확정했다는 축하 분위기에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 얼굴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국제화의 초석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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