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우리 외교가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의 MD 전략을 둘러싼 혼선, 역사교과서 파동과 남쿠릴열도 어업분쟁,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맞서면서 남북 등거리외교를 더욱 고수해 우리 외교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보수강경의 조지W 부시 미국정부와 고이즈미 일본 내각의 출범 및 이에 따른 동북아의 신냉전조짐과 맞물려 있지만 우리의 대응미숙, 전략부재, 정치권의 외교정책 정쟁화에도 무관치 않다. 일본의 차관이 아쉬운 중국은 목소리만 높이고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며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옛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 MD 체제구축과 ABM 협정개정에 완강히 반대해온 러시아는 이에 동의하는 대가로 핵무기 추가 감축이나 경제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풍요의 역설’이란게 있다.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관심의 빈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위기의 역설’ 속을 통과하고 있다. 결코 예사롭지 않은 사건은 한·미, 한·일 갈등의 동시출현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월 1일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8월 4일에는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북한의 외교가 대미측에서 중국, 러시아 측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시정부의 세계운영방식에 위기의식을 느낀 이들 3국이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와 미국, 일본은 전통적 맹방에 우방의 핵심에 자리해 있던 사이다. 한국과 미, 일의 상호의존은 안보에서 경제 문화의 영역까지 확장, 심화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활적(死活的) 맹방으로 표현됐던 미·일과 동시갈등을 겪고 있다.

120년전 1880년 9월 28일 수신사 김홍집(金弘集 1842-1896)이 주일청국참사관 황준헌(黃遵憲)의 저서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을 고종에게 바쳤다. 고종은 그 책을 육조에 검토케함과 동시에 전국 유생들에게 배포케 했다. 조선책략의 내용은 아라사의 남진을 막기 위해 방아(防我) 조선은 청국과 친하고(親淸) 일본과 묶고(結日) 미국과 연대(連米)하라는 내용을 뼈대로한 그 책은 기울어 가던 조선왕조말기의 대외정책뿐만 아니라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의 움직임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고종은 이 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미국에 큰 기대를 걸고 1882년 4월 6일 조미 수효통상조약을 체결로 구체화 한다. 이 조약은 서구열광과 최초의 조약이었다.

같은 해 영국과 독일 1984년에는 이태리와 러시아 등 서구 열광과 통교를 맺었으나 조선왕조는 독자적인 외교권을 갖지 못했다.(병자호란으로 국권상실) 더욱이 병인양요(丙寅洋擾)와 신미양요(辛未洋擾) 사건으로 척사윤음(斥邪倫音)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척사비를 건립하는 판국이었다. 특히 청국은 진수당(陳樹堂)을 총판상무(總辦商務)로 와서 외교권을 강화하더니 1885년에는 원세개(袁世凱)를 총리교섭통상사(總理交涉通商事)로 부임해서 외교와 내치까지 무불간섭에 이른다.

여기에 편승한 서구열광은 조선의 지하자원과 산업시설 등 이권쟁탈에 혈안이 된 각축장으로 변했다. 이때 독일 총영사 부들러(卜德樂)은 조선의 지정학적 여건과 국제정세에 비추어 영세중립국 선언을 조선정부에 권고하였다. 그러나 조정은 이를 수용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영일하니 국력은 거듭 쇠퇴하게 되어 쇠퇴망국의 길로 한발한발 다가가게 되었다.

조선책략 저자인 황준헌은 조선을 영구히 청국의 지배하에 묶어 두려는 속셈이 숨어있었고 지금도 중국지도부는 그런 책사들이 숨어있다. 한 예로 대사교환을 보더라도 우리는 전직 장관급 중진에 비해 중국은 과장급 중견이하 관료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MD와 ABM 전략을 견주어 ‘21세기 한반도 책략’의 미국쪽 인물은 조지프나이 전 국방부차관 보, 리터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포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일본쪽은 고이즈미 총리와 총리안보특사 오카자키지히사히코 등을 들 수 있다. 러시아의 방아를 견양했던 친청, 결일, 연미 조선책략은 지금은 중국을 겨냥한 미·일 동맹과 치명적인 한반도 분단상황을 반영한 한·미·일 공조체제가 덧붙여져 재정립된 꼴이다.

19세기 중엽 일본의 실권자들은 삿(사스마), 죠(죠슈), 도(토사), 히(시젠)의 4藩중 삿, 죠 2藩이었다. 삿, 죠, 도, 히 지방은 경도(京都) 이남지방으로서 532년 가야 망국유민과 660년 백제 망국유민, 668년 고구려 망국유민 1392년 고려망국 유민들의 집성촌락부족들이다. 그들의 소원은 조국수복과 애국심, 단결력, 성공후사의 유민금지를 갖고 철치부심한다.

일본 천황가계도 한국계임을 일본 고고학계사 역사학자들은 공감한다. 오늘날 역사왜곡과 한일관계의 재반협상에서 껄끄러운 협상은 유민신분의 자괴심에서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잔꾀로 민족동질성 등 깊은 종족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는 동아시아 새로운 냉전위기에 돌입하고 있다.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 책략은 미·일의 이익을 위하여 유린당하고 있다.

6·15 이후 14개월 미국의 욕구가 사사건건 훼방놓아 모처럼의 남북화해분위기가 약화일로에 있다. 우리 외교는 1세기전과 닮은 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일 의존에서 탈피하는 거시적 대외정책의 근본틀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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