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에 얽힌 속담 및 이야기



숭어는 제철, 곧 늦가을과 겨울이 지나면서 맛이 들기 시작해 정월, 이월에 제 맛이 나며 다시 수온이 올라갈수록 그 살에 수분이 많아지고 갯내까지 나면서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있으니 「여름 숭어는 개도 안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기를 드는 속담도 있다. 「오농어 육숭어 사철 준치다」라는 속담으로 5월에는 농어 맛이 좋고 6월에는 숭어 맛이 그만이며, 준치는 사철 맛이 든다는 얘기니 어떤 말이 옳은지는 잡히는 해역과 먹는 사람의 입맛 나름인가 보다.

숭어는 날치와 같이 높이 뛰어 오르는 습성이 있는데, 제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저보다 나은 사람을 모방하려고 애쓸 때에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고 하며, 광대가 손을 땅에 짚고 연해 거꾸로 뛰어넘는 재주를 「숭어뜀」이라 한다.

이 외에도 숭어에 얽힌 속담에는 「그물 던질 때마다 숭어 잡힐까」, 「몽어는 몽어대로 숭어는 숭어대로 논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먹어도 달디달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가 논까지 팔아먹는다」, 「썰물에는 게나 고동이나 하다가 들물에는 몽어나 숭어라 한다」 등 이루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낚시꾼의 이야기를 그린 슈베르트의 명가곡 「Die Forelle」를 우리 나라에선 숭어로 제목을 붙였으나 사실은 송어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유럽에는 숭어가 서식하지 않아 슈베르트는 평생 숭어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관동지방에서는 숭어를 먹으면 새색시가 집을 나가게 된다고 해서 금기시하는 물고기이기도 하다.



황금빛 숭어알 「영암어란(魚卵)」



어란은 숭어알을 염장, 건조, 압축, 재건조의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든 건어물로서 음식이 귀하고 고급스러워 궁중에 진상되고 주로 대가 댁에서 주로 술안주로 이용되어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우리의 전통 음식이다.

어란은 예로부터 경기도 평택지방과 전남 영암이 가장 유명한 산지였다. 세월이 지나면서도 영암어란이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름진 뻘을 먹으면서 알이 통통하게 들어찬 참숭어가 올라오는 영산강이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영산강 중에서도 상류역인 몽탄강 숭어에서 채취한 알을 으뜸으로 여겨왔다.

전남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에 사는 김광자 할머니(1926년생)가 1999년 12월 해양수산부 지정 수산음식분야의 어란제조 첫 명인으로 지정되었다.

어란을 만드는 첫 단계는 알이 잘 밴 숭어를 고르는 일이다.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에 산란기를 맞은 숭어가 잡히는 색깔과 크기, 비늘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들인다. 그리고 숭어알을 끄집어내는데 이때 알집이 터지지 않고 알끈이 떨어지지 않도록 꼬리 부분부터 숭어의 인대를 잡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꺼내야 한다. 채취한 어란은 농도 3%의 소금물에 5~6시간을 담궈 놓는다. 알에 붙은 핏물을 빼기 위해서이다. 이때 핏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으면 어란이 만들어진 후 이물질들이 표면에 붙어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상품의 가치도 떨어진다. 이물질이 제거된 알은 조선간장을 희석한 액에 24시간정도 담궈 빛깔과 맛을 내는데 알의 크기와 빛깔 내기에 따라 담그는 시간과 간장의 희석정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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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철 국립수산진흥원 남해수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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