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전후해서 가을하늘은 날마다 높아져 사람들의 가슴까지 파랗게 물드리고 있다. 이런 가을을 축복이라도 해 주려는 듯 3년반만에 IMF(경제신탁통치)를 졸업하게 됐다는 낭보이다.
우리는 IMF가 시작되자 제2의 국치일(國恥日)이라고 자탄하지 않았던가. IMF체제에 들 당시 5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9백50억달러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고 하니, 국민정부와 국민 모두가 그간의 참담함을 억누르며 절치부심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말, 대통령과 국민 모두는 자축의 축배를 들만한 기념비적 날인데도 모두가 축배를 들려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경제불황과 우리나라 경제여건이 썩 좋지 못하고, 혹여 자만에 빠져 제2의 IMF를 가져오지 않을까 해서이다.
지난 3년8개월 동안의 IMF 관리체제 속에서 신년도 예산편성과 경제운영 방향까지 간섭받을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기억을 국민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한국의 IMF 조기 졸업에 대해 세계각국의 경제지도자나 언론들은 놀라움을 나타냈고, 지속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따뜻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IMF졸업 이후가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나라 스스로 자족자립의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WTO 경제원칙에도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를 비롯한 환경 교육 정보 정치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로, 하나로 열린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 IMF 졸업을 축하하는 한 잔의 건배를 들자. 그러나 그 축배가 지난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떨쳐 버리는 축배만이어서는 안되고, 미래에 대한 다짐과 희망을 가꾸는 축배의 마당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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