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시와 사회단체가 통합시청사 건립을 놓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3려 통합 6개항 이행촉구 범시민대책회의’와 ‘통합청사 건립 촉구 추진위원회’ 등이 지난달 30일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여 통합 당시 약속했던 통합청사 건립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오현섭 여수시장에게 “통합시청사 건립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청구를 위한 홍보활동에 돌입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 이들 단체에 답변서를 보내 “3려통합 당시 합의한 6개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면서도 “박람회 준비기간이 촉박하고 재원확보가 어려워 현 시점에서 청사 건립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오 시장 또한 “3려통합정신은 당연히 지켜져야 함으로 제반여건을 고려해 가급적 조속히 통합청사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려통합이 된 지 10년 만에 다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그동안 오 시장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높다.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한 오 시장은 그동안 시민들이 통합 시청사 건립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을 때마다 뚜렷한 견해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오  시장이 “원칙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물론 문제를 제기한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오 시장이 원칙에 공감한다는 말로 이 사안을 피해 가려고 한다’며 비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오 시장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박람회 개최를 4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시청사 건립을 위해 600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게 사실이다.

게다가 해양경찰학교 여수이전을 위해서도 막대한 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세계박람회 준비를 위해서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처리해야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통합 시청사 건립비용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을 이해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실용’을 표방하며 공무원 구조조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지자체가 불필요하게 청사 건물을 지을 경우, 특별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당장 통합 시청사를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통합 시청사 건립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어렵지만 통합 시청사를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 시민들에게 제시해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는데도 막무가내식으로 무조건 통합시청사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단체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통합시청사 건립을 촉구하는 단체들이 나서게 된 배경을 파악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시의회 고 모 의원이 주도해 3려통합정신을 뒤엎고 통합청사의 위치를 여서동으로 변경하려는 주민투표 절차를 밟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다.

만약 고 시의원이 주장한데로 통합 시청사를 구도심권내로 옮긴다면 이로 인해 지역 내 여론은 사분오열로 나눠질 것이고 그 후유증을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통합 시청사 건립문제는 정치적 흥정이나 특정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여수시민의 행정편의 서비스 확충과 지역발전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은 통합시청사 건립보다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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